동아시아 국민 “부패정치 신물난다”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동아시아가 ‘부패 스캔들’로 시끄럽다. 올해 들어 태국과 필리핀에 이어 베트남, 대만에 대형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文權模) 책임연구원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정치가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잘못 맡긴 탓이라는 것.

다만 태국 필리핀 베트남은 정치와 경제, 권력을 장기간 독점한 지배층에 의해 저질러진 ‘후진국형 부패’인 반면, 대만은 경제적 민주화는 이룩했으나 잘못된 정치문화를 청산하지 못해 생긴 ‘개발도상국형 부패’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확대 재생산된 부패=베트남은 18일 제10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스캔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ODA 사업관리단장을 맡은 교통부 국장이 도로 등 건설에 쓸 자금 수천만 달러를 도박 자금과 뇌물로 유용했다 들통 난 것.

베트남 정부가 1986년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한 이래 권력과 부가 집중돼 부패가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강하다.

태국과 필리핀의 부정부패 사건에는 국가원수가 ‘조연급’ 이상으로 등장한다.

태국의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1월 가족이 소유한 기업인 ‘친그룹’의 주식을 매각해 19억 달러를 챙기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가 여론이 악화돼 총리 직을 내놓았다.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남편의 뇌물수수 의혹에 이어 2004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경제는 청렴, 정치는 부패=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은 ‘반부패 선언’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최근 각종 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거액의 상품권을 수뢰했다는 의혹은 치명타다.

홍콩 시사잡지 야저우(亞洲)주간은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절의 부패에 이어 대만에 또다시 ‘검은돈’ 정치가 등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별 청렴도=국제투명성기구가 2월에 발표한 2005년 세계 국가별 청렴도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전반적으로 하위에 속한다. 159개국 가운데 상위 20위권에 든 동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5위)가 유일하다. 반면 100위권 아래에는 베트남(107위), 필리핀(117위), 캄보디아(130위), 인도네시아(137위), 미얀마(155위) 등 즐비하다. 한국은 40위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청렴도 상하위 10개국
순위국가청렴도(CPI)순위국가청렴도(CPI)
1아이슬란드9.7151앙골라2.0
2핀란드9.6152코트디부아르1.9
뉴질랜드
4덴마크9.5적도기니
5싱가포르9.4나이지리아
6스웨덴9.2155아이티1.8
7스위스9.1미얀마
8노르웨이8.9투르크메니스탄
9호주8.8158방글라데시1.7
10오스트리아8.7차드
-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직역 시 부패 지각지수(知覺指數) .
-10점에 가까울수록 깨끗한 나라를 나타내기에 청렴도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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