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요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업에는 부담이다. 기업 수익이 나빠지고 소비자물가가 올라 경기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WTI 70달러대 유지 여부가 관건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창수 연구원은 “원자재 관련 펀드에 투기 성격의 자금이 몰리고 있어 가격 상승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계속 위축된다면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가격이 배럴당 70달러대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를 봐 정기 보수작업이 늦어진 미국 정유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도 유가 급등의 한 원인”이라며 “5월 안에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이 회복돼 WTI 가격이 60달러대에서 안정을 찾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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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악재는 안 될 것
지금까지는 유가 급등이라는 변수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주에도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국내 증시는 별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14일 코스피지수는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 급등 소식이 전해진 18일에도 국내 증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7포인트(0.31%) 오른 1,427.00으로 장을 마쳤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한 가지 요인 때문에 꺾일 만큼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도 “한국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낮아져 유가 급등 때문에 경기나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제조업이 국내에서 1억 원어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유의 양은 2차례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의 50% 미만으로 줄었다.
전 연구원은 “지금의 유가 상승 폭이 석유파동 때보다 작은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점진적으로 올랐다는 점이 다르다”며 “최근의 유가 상승은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증시가 조정을 겪겠지만 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금융과 통신 등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투자 범위를 좁혀 위험을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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