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7>美 CMC 스키장 운영과정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미국 콜로라도 마운틴 칼리지 레드빌 캠퍼스의 스키장 운영 과정 학생들이 15일 캠퍼스 축구장 눈밭에서 덴버 시 세이트앤서니병원 앰뷸런스 헬기를 타고온 구조요원들로부터 환자를 헬기에 태우는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마운틴 칼리지 레드빌 캠퍼스의 스키장 운영 과정 학생들이 15일 캠퍼스 축구장 눈밭에서 덴버 시 세이트앤서니병원 앰뷸런스 헬기를 타고온 구조요원들로부터 환자를 헬기에 태우는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스키장에는 경영자 외에 운영자가 필요하다. 슬로프와 리프트 등 장비 관리에 특수한 기술과 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회사로 치면 사장이 할 수 없는 공장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 로키 산맥에 있는 콜로라도 마운틴 칼리지(CMC)에는 스키장 운영자를 키워 내는 과정이 있다. 1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전체 코스를 다 돌 수 없을 정도로 큰 베일, 한여름 음악축제로도 유명한 아스펜, 전문 스키어들이 손가락에 꼽는 비버크릭 등 인근 국제 규모 스키장의 운영자 중 상당수가 이 과정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15일 오후 1시 CMC의 레드빌 캠퍼스. 콜로라도 주 로키 산맥 일대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CMC의 12개 캠퍼스 중 하나다.

해발 3100m의 높은 지역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여름철을 빼고는 눈이 녹지 않는다. 인근 스키장 중에는 5월까지 스키를 타는 곳이 많다. 하늘에서 헬기 1대가 나타나 캠퍼스 축구장 눈밭에 내렸다.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덴버 시내 세인트앤서니 병원에서 출동한 구급 헬기다. 조종사 1명과 응급구조요원 2명이 헬기에서 내렸다. 소방대원 3명은 소방차를 끌고 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날 헬기 수송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처 요령을 배우도록 돼 있다. ‘스키 순찰’ 과목 수업 중 하나다. 구조요원과 소방대원으로서도 장래 스키장 운영자가 될 학생들에게 미리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르칠 수 있어 좋은 기회다.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경력을 지닌 관록의 존 피터슨 조종사는 스키폴을 이용해 헬기 착륙을 유도하는 방법을, 피터와 수전이란 이름을 가진 두 남녀 구조요원은 헬기 도착 전 환자를 응급조치하는 요령을 설명했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강의라 학생들의 질문은 예정된 수업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수업을 듣고 있는 레이프 톨레프슨(19) 씨는 2학년 학생이다. 그는 1학년 때는 환자용 썰매에 사람을 싣고 눈길을 내려오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매주 썰매를 끄는 훈련이 따로 있었고 남녀를 불문하고 150kg의 거구를 썰매에 싣고 내려오는 훈련을 했다. 울퉁불퉁한 곳이나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두 사람이 한 조가 돼서 한 사람은 뒤에서 썰매를 잡아 줘야 한다는 것쯤은 이제 잘 알고 있다.

이날처럼 헬기 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썰매로 옮겨서는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촌각을 다투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다. 로키 산맥 일대처럼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눈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키장 운영자가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은 눈사태이고 사태가 발생하면 반드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 슬로프의 눈을 정리하는 정설차(整雪車) 운행이 중요한 분야다. 정설차는 거대한 중장비다. 탱크처럼 무한궤도를 달고 있어 바퀴 달린 차만 운전해 본 학생들로서는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학교 주변 마을을 따라 나 있는 크로스컨트리장에서 차를 몰고 마을 골목골목을 도는 훈련을 한다. 그 다음엔 학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쿠퍼스 마운틴 스키장으로 가 직접 실습을 한다. 정설은 스키장이 문을 닫는 새벽에 이뤄지므로 추위와 졸음을 참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러고 나선 국제적인 규모의 베일 스키장에 가서 실제 정설하는 사람들을 보조해 작업을 해본다.

콜로라도 마운틴 칼리지 레드빌 캠퍼스의 강의동. 뒤로 로키 산맥의 눈 덮인 산이 보인다. 레드빌=송평인 기자

오토바이처럼 생겨 눈 위를 달리는 설상차(雪上車)의 운행에는 배상 문제를 고려한 규칙이 있다. 설상차는 스키 타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달리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다. 될수록 눈에 잘 띄는 곳을 따라 운행해야 스키 타는 사람들이 피해 다닐 수 있다. 특히 나무 뒤에 설상차를 걸쳐 놓는 것은 금물이다. 스키 타는 사람이 설상차와 부닥쳐 다쳤을 경우 쌍방 책임이 아니라 스키장 일방의 책임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리프트 및 곤돌라 관리는 기술 훈련이라기보다는 수학 계산에 가깝다. 리프트를 고속으로 운행할 것인지 저속으로 운행할 것인지는 스키 타는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 리프트를 너무 빨리 돌려 슬로프에 사람이 많아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리프트를 너무 늦게 돌리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스키장 운영자는 안전도와 수익성을 다 감안해 최적의 속도를 뽑아 낼 줄 알아야 한다.

곤돌라도 같은 이유로 많이 설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곤돌라 캐빈 1대 값은 소형차 1대 값에 버금간다. 몇 대를 설치할 것인지는 계산을 해서 잘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스키장에는 운영 전문가가 없어 큰돈을 들여 많은 캐빈을 달아 오히려 스키장의 안전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학교의 수업은 이렇게 실제적이다. 위기관리라는 과목에서는 심지어 안전사고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경우에 대비해 원고 피고 변호사 판사 등으로 나눠 역할극을 해보기도 한다. 외국인의 경우 4학기 과정을 모두 마치려면 수업료가 1만4000달러(약 1400만 원)가량 든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레드빌=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