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1일 80세 생일을 맞는다. 여왕은 생일을 조용히 보내려 했으나 주변에서 가만 놔두지 않았다. 여왕의 여름 거처인 윈저성에서는 여왕의 사생활을 찍은 사진을 모아 놓은 사진전이 이미 열리고 있다. 공식 축하행사는 19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축하 행사=여왕은 19일 자신과 생일이 같은 80세 노인들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며 생일을 자축한다.
생일인 21일에는 남편 필립 공과 윈저성 밖을 산책하며 일반 하객과 어울릴 예정이다. 여왕 부부가 윈저궁을 나설 때 의장대 반주에 맞춰 일반 하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녁에는 찰스 왕세자의 주관으로 왕족 25명만 참석하는 만찬이 열린다.
6월 15일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올리며 17일에는 버킹엄궁 앞 광장에서 군대를 사열한다.
마지막 행사는 25일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행사. 전국에서 추첨으로 뽑힌 어린이 2000명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가든파티를 연다. 공영방송 BBC가 이 행사를 생중계할 만큼 영국인들의 관심이 크다.
![]() |
▽왕실 권위 지킨 엘리자베스=반(反)군주제를 외치는 단체인 ‘리퍼블릭’의 스티븐 해슬러 명예의장을 비롯해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주의자들은 여왕의 생일을 요란하게 축하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나 해슬러 씨조차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아 있는 동안은 군주제 폐지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엘리자베스 2세가 왕실의 권위를 잘 지켜 왔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대영제국의 위상이 무너질 무렵 여왕으로 즉위했지만 조용하면서 친화력 넘치는 외교로 영연방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왕실과 영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자선사업과 후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세간의 칭송이 높다.
딸 앤 공주의 파격적 결혼과 이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이혼, 다이애나의 충격적인 사고사 등 왕실에 끊이지 않았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왕실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인들이 여왕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여왕은 내 소명” 나이 잊은 열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최근 버킹엄궁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윈저성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일간지 더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여왕이 앞으로 목요일 저녁 때 윈저성으로 갔다가 화요일 오전에 버킹엄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의 총리 접견 시각에 맞춰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것.
여왕이 공식 임무를 행하는 버킹엄궁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영국인들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공식 업무에서 손을 떼려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앞으로 찰스 왕세자가 정부 문서를 좀 더 많이 검토하고, 외빈 접견 등 의전도 여왕 대신 주재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
자연스럽게 양위(讓位) 문제도 거론된다. 그러나 여왕의 측근들은 “이제 고령이니까 조금 더 편한 환경을 위해 윈저성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5, 6건이던 일정도 3건 정도로 줄인다는 것.
여왕은 80세 생일을 앞둔 고령에도 젊을 때 못지않게 정력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영국 내에서 378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으며 해외 공식 방문도 48차례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언젠가 여왕 직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는 이 자리를 종신직으로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