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동안 메이저리그의 산 역사였던 양키스타디움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뉴욕 시가 8억 달러(약 8000억 원)를 들여 2009년까지 양키스타디움을 신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새 양키스타디움은 좌석이 5만3000개로 지금보다 4000개가 줄지만, VIP룸은 18개에서 6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양키스타디움 신축은 지난해 여름 논의가 시작됐고 5일 뉴욕 시 도시위원회 투표에서 가결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양키스타디움 신축 공사로 36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스타디움이 있는 브롱크스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투표 결과를 반겼다.
그러나 신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반드시 고운 것은 아니다. 투표가 있던 5일에도 시청 앞은 스타디움 신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열렸다.
특히 브롱크스 지역의 주민들은 새 양키스타디움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새 양키스타디움이 다양한 산책 코스와 여가활동을 제공해 온 머콤스댐 공원과 멀럴 공원 자리에 들어선다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도시화가 심하게 진행돼 천식 발병률도 다른 곳에 비해 높은 브롱크스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가뜩이나 부족한 녹지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키스타디움 신축안 투표에 반대표를 던진 헬렌 포스터 시의원은 양키스가 브롱크스 주민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무슨 도움을 줬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부자 구단인 양키스가 브롱크스 주민들에게 약간의 빵 조각을 던져 줬을 뿐이라며 주민들은 양키스 구단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키스 구단과 뉴욕 시 관계자들은 공원 용지에 스타디움을 짓는 대신 28에이커의 녹지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새로운 녹지는 산발적인 공간에 조성되는 데다 최소 4, 5년은 걸릴 것으로 보여 ‘녹지 없는 브롱크스’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머콤스댐 공원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에디 샨즈 씨는 현 스타디움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왜 주민들의 공원을 앗아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양키스타디움이 들어설 예정지 근처에 사는 헨리 토사스 씨는 다섯 아들에게 공원은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며 언제 어디에 생길지도 모르는 새 공원은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양키스 구단은 브롱크스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연간 1만5000개의 관람 티켓을 나누어 주고 공원 유지비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특히 브롱크스 주민이 아닌 팬 중에도 새 스타디움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양키스로 이적한 베이브 루스를 따라 몰려드는 팬들을 위해 지어 ‘베이브 루스가 지은 집’으로 불리며, 루스 이후에도 많은 스타 선수의 발자취를 간직한 양키스타디움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더 서운하다고 한다.
스타디움 내 기념품 매장에서 티셔츠를 고르고 있던 크리스틴 콴 씨는 지금의 스타디움도 보수를 하면 더 쓸 수 있으며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아 있는 훌륭한 선수들이 뛰었던 구장이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호세 아얄라 씨도 스타디움의 겉모습보다 선수들의 발자취가 배어 있는 전통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키스 구단은 이에 대해 새 스타디움의 디자인은 83년 전 모습을 최대한 반영하며 오히려 현 스타디움이 70년대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치며 원래 모습을 많이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새나 통신원(패션디자이너) saena.park@g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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