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민주당 소속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가족부 장관은 지난주 게오르크 시테르친스키 추기경, 마고트 케스만 성결교회 하노버교구장과 공동으로 이른바 ‘교육을 위한 연합’ 계획을 발표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정부와 기독교계가 공동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
계획이 알려지자 이슬람 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독일 무슬림 중앙회(ZM)는 “배타적인 ‘교육을 위한 연합’ 프로그램에 맞서 독자적인 가치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빌헬름 슈미트 하원 근로복지위원장까지 “교육을 말한다면서 교사와 교육학자의 의견은 듣지도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 계획의 발표 시점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16일 베를린 외곽도시 포츠담에서는 에티오피아 출신의 엔지니어가 인종주의자로 보이는 괴한이 휘두른 병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터키인 청년이 독일에 사는 누나가 터키 식 생활을 따르지 않는다며 누나를 죽이는 ‘명예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인종 사회의 문화 통합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라이엔 장관의 ‘기독교 중심적’ 계획이 때맞춰 나온 것이다.
바이에른 방송(BR)이 누리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4%가 라이엔 장관의 계획에 찬성한다고 주장했으나 26%는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를 소외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30%는 “가치관 교육은 가정과 학교의 몫이며 다른 조직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민자 폭동 당시 독일은 몇 차례의 모방범죄가 일어났을 뿐 불길이 번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성장해 가는 독일 이민자사회는 주류사회에서 고립된 ‘게토’로 남아 있을 것인가?
한 누리꾼은 “라이엔 장관의 계획에 그나마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문화 다양성 문제를 숙고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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