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비너스’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 23일 訪韓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세계적인 여성 구족 화가인 앨리슨 래퍼 씨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아들 패리스 군을 안은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패리스 군이 엄마가 받은 환영 꽃다발을 들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세계적인 여성 구족 화가인 앨리슨 래퍼 씨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아들 패리스 군을 안은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패리스 군이 엄마가 받은 환영 꽃다발을 들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양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화가 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여성 예술가 앨리슨 래퍼(41) 씨가 23일 4시 10분경 아랍에미레이트항공 EK 32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구족(口足) 화가로 널리 알려진 래퍼 씨는 과학기술부 산하 아시아과학인재포럼의 초청을 받아 방한했다.

그는 다소 지친 표정이었으나 한국 방문 소감을 묻자 환하게 웃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패리스 군과 함께 방문한 래퍼 씨는 28∼30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열리는 ‘영 챌린저 포럼’에서 강연한다.

그는 “아시아 대학생을 상대로 장애를 이겨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학인재포럼 관계자와 한국 구족화가 등 30여 명이 인천공항에서 래퍼 씨에게 화환을 전달했다.

그는 1965년 ‘해표지증(海豹肢症)’을 안고 태어났다. 생후 6주 만에 부모에게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자라는 등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해표지증은 팔다리가 극단적으로 짧아 손발이 몸통에 붙어 있는 기형으로 모양이 바다표범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병명.

래퍼 씨는 17세 때 정상인들과 함께 영국 반스테드대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22세 때 결혼해 단꿈 같은 신혼을 보내기도 했으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2년 만에 짧은 결혼 생활을 마쳤다.

1999년 임신한 그는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어머니와 같은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있고 아이를 낳더라도 어떻게 키우겠느냐”면서 출산을 말렸지만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고 그는 건강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래퍼 씨는 뒤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헤덜리 미술학교와 브라이턴대를 졸업한 그는 손이 없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겸 사진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사진기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의 나신을 모델 삼아 조각 같은 영상을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에 빗대 스스로를 ‘현대의 비너스’라 부르는 래퍼 씨는 신체 결함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자기 발전을 꾀해 지구촌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영국 조각가 마크 퀸 씨가 만삭의 래퍼 씨를 모델로 한 3.55m 높이의 조각 작품을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전시해 ‘모델’로도 유명해졌다.

래퍼 씨는 지난해 11월 독일 세계성취상기금이 시상하는 제2회 월드 어워드 여성 성취상을 받았다. 이 같은 래퍼 씨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앨리슨 래퍼 이야기’(황금나침반 펴냄)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됐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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