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장님의 땅 투쟁…美인디언부족 “폭파실험 안된다” 소송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미국 국방부는 6월 2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지대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파괴하기 위한 대규모 폭파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쇼쇼니 인디언 부족이 “우리 땅에서 실험하지 말라”며 법적 투쟁에 나섰다고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27일 보도했다.

‘디바인 스트레이크(Divine Strake·신의 수레바퀴쇠)’라고 명명된 벙커버스터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지표 304m 아래 가로로 돼 있는 터널 위의 30m 지점에 지름 9.75m, 깊이 11.2m의 웅덩이를 판 뒤 여기에 트럭 37대분에 이르는 700t의 폭발물을 채우고 폭파시킨다.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파괴할 수 있는 폭발 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실험으로 “미국이 1992년 핵무기 실험을 중단한 이래 처음으로 버섯구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핵무기 개발 실험도 아니고 핵물질을 이용한 폭발도 아닌 만큼 방사능 낙진과 같은 환경오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근 유타 주 주민들과 쇼쇼니 부족은 각각 환경오염과 땅 소유권 논란을 이유로 연방법원에 실험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쇼쇼니 부족은 네바다 실험장을 비롯해 아이다호, 유타, 캘리포니아 주 등 최소 2400만 에이커(약 300억 평)에 이르는 땅을 빼앗겼다며 미국 정부에 반환을 요구했으나 응답이 없자 유엔에 중재를 요청한 상태.

미 연방대법원은 1979년 문제의 땅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시절인 1863년 협약에 의해 미 정부에 신탁된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쇼쇼니 부족은 “당시 협약은 미 정부에 제한적인 접근만 허용했을 뿐 땅에 대한 권리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우려하는 과학자들 연맹’의 군축 전문가인 스티븐 영 씨는 27일 CNN ‘아메리칸 모닝’에 출연해 “만일 미국이 지하 벙커를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상대는 더 깊은 벙커를 만들어서 더는 공격할 수도 없게 될 것”이라면서 벙커버스터 개발 실험을 반대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 이란, 중국이 지하 벙커에 WMD를 은닉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핵무기를 이용한 벙커버스터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최근 핵탄두를 장착하는 대신 재래식 폭탄을 이용한 벙커버스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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