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LA타임스는 해외 이주노동자의 본국 송금 실태를 집중 분석하며 빈국 경제에 ‘제2의 해외원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부터 해외에 노동자를 대거 내보내 온 필리핀 정부는 이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필리핀 해외 이주노동자는 900만 명으로 인구 10명당 1명꼴.
해외채용관리국(POEA)은 해외 일자리를 찾아봐 주고 지원 업무도 대신해 준다. 기술교육개발처(TESKA)는 기술훈련을 무료로 실시한다. 해외 이주노동자의 불만과 고충을 처리하기 위해 100여 개 나라에 해외노동자복지국(OWWA) 지국을 운영 중이다.
이는 해외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송금하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 필리핀의 경우 지난해 본국 송금은 107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했다.
▽‘제2의 해외원조’=송금 수입은 개발도상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지난해 멕시코 해외 이주노동자는 200억 달러를 송금해 석유 다음으로 많은 국부를 창출했다. 브라질 해외 이주노동자의 송금액은 30억 달러로 커피 수출액을 능가한다. 스리랑카는 홍차 수출, 모로코는 관광 수입보다 송금 수입이 더 많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송금과 이주의 경제적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의 해외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보낸 총송금액은 1670억 달러. 불법 송금까지 합하면 25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와 맞먹는 규모로 추산된다.
해외송금 총액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금을 1990년대 중반에 이미 넘어섰다.
▽본국 송금의 용도=해외송금은 외국인투자나 개발원조금보다 안정적인 데다 고르게 배분된다. 경기가 나쁘거나 재난이 닥치면 외국인투자는 급감하나 해외송금은 늘어난다. 국가가 지원하는 ODA는 부패의 원천이 되지만 해외송금은 가계에 직접 보내져 절대빈곤층을 줄여준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71개 개도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금이 10% 늘어나면 개도국 빈곤율은 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송금 수입이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미시(micro)경제’에 해당하는 가족경제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나 ‘거시(macro)경제’인 국가 혹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
미주개발은행(IADB)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 지역으로 송금된 550억 달러 중 90%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현금 형태로 가족 등에게 직접 전달됐다. 돈을 받은 20명 중 19명은 은행 계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프랑수아 브루기뇽 세계은행 선임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는 “해외송금이 주로 가계에서 소비되는 한 빈곤층을 줄일 수는 있어도 중산층을 늘릴 수는 없다”면서 “해외송금이 경제성장의 엔진이 되려면 국가·지역 개발에 직접 투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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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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