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견은 노약자나 신체 부자유자,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친구가 돼 주는 개. 상주를 맡은 오키 도루 국제치료견협회 대표는 “사람들은 내가 너를 구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네가 나를 도와주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지로리는 1992년 5월 지바(千葉) 현의 공터에서 왼쪽 귀가 접히고 뒷다리도 성치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때 지로리에게 새 생명을 준 이가 치료견을 일본에 소개하는 일을 하던 오키 대표다.
지로리는 휠체어의 속도에 맞춰 걷는 법, 사람과 함께 자는 법,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법 등을 1년 간 훈련 받은 뒤 치료견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로리는 수많은 양로원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노인과 환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학대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지로리는 투병 생활에 지친 약자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데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오키 대표는 회상했다.
지로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던 고령자 중에는 “지로리야, 고마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뒤 숨을 거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지로리는 인간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사랑과 헌신으로 되돌려줬다”고 애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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