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핀란드 헬싱키에서 살게 된 한 교민이 자신이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며 들려준 얘기다. 그는 이 일 이후로 학교에 보낸 아이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에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교사의 관심이 그 아이가 외국에서 왔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교사들은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 모두에 대해 그 같은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했다. 이런 관찰은 아이가 대학에 갈 때 특성을 살리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월 중순 대학 취재를 위해 유럽을 찾은 것이었지만 취재하다 보니 관심은 자연스레 그들의 교육 전반으로 옮겨갔다.
스웨덴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한 교민은 ‘빅뱅에서 문명화까지’라는 수업 얘기를 꺼냈다. 150억 년 전 빅뱅부터 시작해 지구가 탄생하고, 지구에 등장한 생명체가 어류에서 양서류 등을 거쳐 포유류로 진화하고, 이후 인간이 등장해 수렵 생활과 농경생활을 하고, 부족국가, 도시국가를 거쳐 현재의 문명수준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배우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보라는 취지라는 것이었다.
자녀들의 독립심을 강조하는 생활태도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부모와 함께 살려고 하는 자녀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 부모들은 아이가 쓰던 방에 ‘서재’라는 팻말을 달아 “이것은 부모가 서재로 쓸 방이지만 당분간 빌려주는 것”임을 강조한다고 한다. 밥과 빨래는 물론 용돈까지 부모에게 기대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스웨덴의 바에서 만난 한 청년은 “이곳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들이 법대나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 뒤 “그래도 최종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강조했다.
20여 년 전 스웨덴에 정착한 한 교민은 “대학생인 자녀들이 ‘한국의 사촌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말을 해 놀란 적이 있다”며 “대학생인 한국 사촌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아이 같아 같이 어울리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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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헬싱키에서
허진석 기획특집부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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