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도쿄(東京) 도 기타(北) 구 주오(中央)동물전문학교 실습실. 애견미용사 지망생 40여 명이 각자 애견 한 마리씩을 맡아 커팅 실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를 오가던 이테가미 모토코(井手上眞子) 교사가 학생들의 가위를 넘겨받아 시범을 보인다. 체중 재기, 귀 청소, 발톱 깎기, 구강 체크를 거친 뒤 샴푸와 드라이, 털 자르기에 이어 다시 빗질, 리본을 달면 완성이다. 치와와, 토이푸들, 요크셔테리어, 미니어처슈나우저, 닥스훈트, 콜리, 포메라니안, 시추, 퍼그, 골든 레트리버, 스피츠, 비글 등 학생들이 맡은 품종은 제각각. 학생들은 날마다 다른 종류의 애견을 맡아 품종에 따른 털 손질법을 몸에 익힌다.》
‘프로’가 되면 빠른 시간에 애견의 몸단장을 끝내게 되겠지만, 배우는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오랫동안 실습을 한다. 이런 실습을 애견미용사 지망생들은 주 3, 4일, 동물간호사 지망생은 주 1일씩 한다. 실습대상 애견은 학교에서 직접 기르는 120마리와 인근 가정이 등록한 모델견 1700마리 중 일부다.
“애견 미용사가 되려면 다양한 품종을 접하고 다뤄 봐야 합니다. 애견들 고유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거죠. 그러려면 애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이테가미 선생의 말이다.
학교의 모토는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 지금까지 졸업생의 취업률은 약 90%. 대개 동물병원, 페트숍, 동물사육시설에 취직했고 1%는 개업했다.
5층 건물에는 세 개의 실습실, 두 개의 강의실, 훈련 홀, 동물관리실, 샤워룸, 수술실이 있다. 수술실에는 집중치료실(ICU)과 무균실, X선 촬영실 등 첨단 의료기기가 즐비하다. 학교에서 기르는 애견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실습을 겸해 여기서 치료를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일까. 학교 전체에 활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애견미용과 2학년생인 데쓰모토 유이(鐵本結) 씨는 “좋아하는 동물과 함께하며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을 학교생활의 즐거움으로 꼽는다. 페트숍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비서 기능이나 비즈니스도 폭넓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언어 사용법이나 접객 태도, 영어회화, 컴퓨터 등 일반교양과 경영학, 판매소매학도 가르친다.
동물간호과는 수의사의 보조자로서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맡는다. 이 학과 2학년생인 아사노 리에(淺野李英) 씨는 “말 못하는 동물의 기분을 이해하고 주인과 수의사의 다리가 되어 주는 일”이라며 “의료지식이나 약제지식 등 공부할 게 무척 많다”고 말한다.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내년부터 3년제 동물공생연구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동물의 눈높이에서 인간과의 공생사회를 실현하는 환경코디네이터를 길러 낸다는 것이 목표다.
사카모토 사토시(坂本敏·47) 교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학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간호교육과 미용, 훈련, 사육의 4가지를 마스터하고, 인간과 애완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주거환경 건축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일본은 ‘페트 왕국’이라 불린다. 2004년 업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길러지는 애견은 1246만여 마리, 고양이가 1164만여 마리. 5가구 중 한 가구는 애견을, 5.5가구 중 1가구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계산이다. 시장규모도 2003년 기준으로 총액 1조262억 엔(산케이신문사 간 ‘페트 비즈니스 핸드북 2005’)으로 추산된다. 그래서인지 일본 전국에 300개의 동물학교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이 학교처럼 문부성 인가를 받은 학교는 몇 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인 유학생은 2명. 1학년인 조혜진(趙惠進·23) 씨는 1년 동안 일본어학교를 다닌 뒤 이 학교에 진학했다. 저녁에는 음식점에서 시급 1000엔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일본의 발전된 페트 문화에 놀라곤 해요. 자격증을 따면 동물병원 간호사로 취직할 수 있다니 일본에 눌러앉을 생각도 있어요. 애견미용사건 간호사건 샐러리맨 월급 정도는 되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2학년인 이해연(李海年·29) 씨는 일본의 다른 애완동물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이곳에 들어왔다.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딸 기회를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귀국하면 애견용품 수입 비즈니스를 하며 한국의 애견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사카모토 교장 만나보니▼
“애완동물은 더는 동물이 아닌 가족입니다.”
주오동물전문학교 사카모토 사토시(사진) 교장의 주장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독신가정이 늘고 있는 일본에서 동물이 가족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페트 산업’을 비롯해 동물 관련 시장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개교한 지 4년째. 이 학교는 엉뚱하게도 1909년 창립된 공업 전문학교와 자매학교다. 이 학교가 문을 연 데는 “21세기는 마음의 시대”라는 통찰이 작용했다.
“주오공학원은 건축 기계 토목 등의 분야에서 배출 졸업생이 10만 명이나 됩니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도 그중 한 명이죠. 학교법인 출범 100주년을 준비하며 학교 측이 고민을 했습니다.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인재를 지금처럼 육성하되, 21세기에 맞게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인재도 별도로 키워 내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시대’라는 관점에서 동물이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인재를 키우자는 것. 이런 인재를 그는 “동물의 시점에서 더 좋은 공생사회를 실현하는 환경 코디네이터”라고 부른다.
“궁극적으로는 ‘다 같이 행복해지자’는 거죠.”
그 자신 20년간 주오공학원에서 도로설계를 가르쳐 왔으나 새 학교 개교를 2년 앞두고 지방의 동물학교에서 연수하며 개교 준비를 했다.
지난 4년간 한국인 졸업생은 5명. 이 중 한 명이 마침 지난달 25일 일본의 애완용품 수입회사에 취직돼 다들 축하를 해 준 참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입학하려면…▼
모집과는 애견미용과(2년제) 80명, 애견미용연구과(3년제) 20명, 동물간호과(2년제·여자) 60명, 동물간호연구과(3년제·여자) 20명, 동물공생연구과(3년제) 20명. 전체 학과에서 유학생을 받지만 정원의 절반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수험생은 고교 졸업에 해당하는 학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수업이해를 위해 일본어학교에서 6개월 이상 공부(통산 출석률 80% 이상)해야 한다. 일본어 면접과 작문시험을 거치지만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입학시험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www.chuo-a.ac.jp).
학비는 애견미용과와 동물간호과의 경우 2년간 총등록금이 213만 엔(약 1740만 원) 정도. 교과서와 교재, 교구 등의 구입비용으로 약 20만 엔이 따로 든다. 교외실습이나 연수비 등은 실비 징수. 학교 근처에 학생용 기숙사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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