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대통령 포고령이 발표되고 동시에 군이 외국 천연가스 및 석유시설에 진입해 볼리비아 국기를 게양했다.
노동절인 1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남부 산알베르토 천연가스지대를 방문해 “이제 외국 회사의 약탈은 끝났다. 천연자원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회복하기를 기다려 온 볼리비아에 역사적인 날이 왔다”고 선포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반미좌파연대인 ‘볼리바르 대안’에 가입한다는 도장을 찍고 온 다음 날이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3번째 회원국이다. 또 지난달 1일 베네수엘라가 모든 광물자원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의 조치였다.
대통령 포고령에 따르면 외국 에너지 회사들은 생산량의 18%만 자유 처분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볼리비아 국영에너지회사(YPFB)가 처분한다. 이를 거부하면 6개월 내에 철수해야 한다.
포고령과 동시에 전국 56개 가스 및 석유생산 시설에 볼리비아 군인들과 기술자들이 들이닥쳐 정문을 봉쇄하고 생산시설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국영에너지사인 페트로브라스, 미국 에너지기업 엑손모빌, 스페인-아르헨티나 합작사인 렙솔 YPF, 영국의 브리티시 가스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프랑스 토탈사 등 국유화 대상 외국 기업들은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지난 10여 년간 볼리비아에 투자한 액수는 3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가장 격앙된 국가는 이웃 국가 브라질. 브라질은 1996년부터 볼리비아 천연가스 생산에 16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했고 자국 천연가스 수요의 50%를 볼리비아에 의존하고 있다.
일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대통령이 직접 모랄레스 대통령을 만나 해결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볼리비아가 강경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 차후 대책으로 16억 달러를 모두 잃더라도 페트로브라스를 철수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페트로브라스가 철수하면 이 회사에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의존하고 있는 볼리비아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또 페트로브라스는 아르헨티나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역내 외교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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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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