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민주당 하토야마 간사장 “고이즈미 韓-中 신뢰 잃어”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1분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악수조차 할 수 없는 현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닙니다.”

일본 민주당의 실력자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59·사진) 간사장은 2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아시아 외교는 무슨 핑계를 대도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그가 진정한 의미의 외교 비전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토야마 간사장은 “일본의 제1야당으로서 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며 “집권당인 자민당 당수(고이즈미 총리)가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을 찾았다”고 방한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의 취임 축하를 겸해 이날 한국에 온 그는 “자민당의 ‘포스트 고이즈미’가 누가 되든 이런 식의 외교로는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인접국의 신뢰를 되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보수와 진보가 뒤섞인 민주당 내에서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인지라 그의 ‘고이즈미 외교’ 비판은 색다르게 들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하고만 사이좋게 지내면 일본 외교가 잘 풀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엔 미국에서도 일본이 한국, 중국의 신뢰를 잃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서라도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합니다.”

하토야마 간사장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일본 민주당 집행부의 면면이 새롭게 바뀌었으니 많이 기대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대표가 강경우익 성향의 외교 정책을 밀어붙여 ‘자민당 뺨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의식한 발언인 듯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선거 패배 후 민주당이 마에하라 대표를 택한 것은 정책을 평가해서가 아니라 젊음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의 의견이 당내에서 거부돼 결국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로 바뀐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토야마 간사장은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찾을 것 같다”며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와 김영남 씨 문제에서도 두 나라가 긴밀히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원재 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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