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권력층 ‘봐주기재판’ 끝나나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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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층이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게 당연시됐던 아프리카에서 전직 지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 위에 군림해 온 아프리카의 권력층에도 법의 지배가 통용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학자는 “권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아프리카에서는 이제 10년 전과 같은 ‘처벌 없는 재판’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월 체포된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시에라리온 전범으로 기소됐다. 그는 대량 학살, 살인, 성폭행 등 17개의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유엔전범재판소에 출두했다.

프레더릭 칠루바 전 잠비아 대통령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제이컵 주마 전 부통령은 성폭행과 부정부패 연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케냐에서는 각료 3명이 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고 전직 대통령의 두 아들이 고발당했다.

유엔전범재판소는 1994년의 르완다 학살과 관련된 전직 지도자들을 법정에 세워 이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법적 조치가 ‘승자의 정의’로 다뤄지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인권운동가들은 권력층의 비리를 군인이 아닌 판사가 단죄한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력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은 공정한 법 집행에 따라 평등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각국 지도자들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앞 다퉈 도움을 청하면서 이 기구가 새로운 분쟁 해결 창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ICC에 힘이 실리면서 각국 법원의 영향력도 예전보다 커졌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신세대 지도자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폭력이 아닌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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