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지붕밑]“성배를 찾아…” 다시 불붙은 다빈치 코드 신드롬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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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소설 ‘다빈치 코드’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2일 오전 10시 프랑스 파리의 방돔 광장. 여행 가이드 맷 앤더슨 씨가 한 무리의 관광객들 앞에서 목청을 높여 설명했다. “오른쪽에 있는 리츠 호텔이 바로 주인공이 묵었던 호텔입니다.” 관광객들은 미국의 한 여행사가 진행하는 ‘다빈치 코드 산책’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 이 프로그램에는 18일 전 세계 영화 동시개봉을 앞두고 참가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영국에도 비슷한 여행 상품이 잇따라 생기는가 하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영화 개봉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빈치 코드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 산책’=방돔 광장에서 출발해 생 쉴피스 성당에 이르는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다.

방돔 광장을 출발해 튈르리 정원을 거쳐 루브르 박물관 지하로 내려갔다. 유리로 된 역피라미드 구조물과 그 아래 작은 피라미드 조형물이 있는 곳에 이르자 모두들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선 작은 피라미드 아래에 성배가 숨겨져 있다고 암시된다.

예술교(Pont des Arts)를 통해 센 강을 건넌 뒤 생 쉴피스 성당으로 향했다. 오푸스 데이의 암살자 사일래스가 성배의 단서가 되는 쐐기돌을 찾아내려 했던 곳이다.

방문객이 늘자 성당 측이 내건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2일 ‘다빈치 코드 산책’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 앞에서 관광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최근 베스트셀러 소설의 주장과 달리 이곳은 이교도의 사원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또 여기 바닥에 있는 선은 ‘로즈 라인’으로 불리지도 않습니다. 창문에 있는 P와 S는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의 약자가 아니라 이 성당의 성인인 피터(Peter)와 쉴피스(Sulpice)를 뜻합니다.”

덴마크에서 온 한나 카로(70·여) 씨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소설 속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면서 “도중에 파리의 뒷골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한 여행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최후의 만찬’을 감상하는 것까지 포함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을 잇는 15일짜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거세지는 논란=기독교계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신성(神聖)을 모독하는 불경스러운 내용이 널리 퍼질까봐 우려된다”는 것.

바티칸 교황청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교황청의 몬시뇰인 안젤로 아마토 대주교는 지난달 29일 “기독교를 비방하는 이 영화에 대해 반대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이탈리아의 한 교회 벽에 걸려 있던 대형 영화포스터가 가톨릭 교계의 항의 때문에 철수됐다. 필리핀에선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기독교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미성년자 관람 불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선 전국 1000개 극장 앞에서 반대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영화를 막으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왜곡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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