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글학교 무상임대 이끈 하라미요 구청장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중남미에 한국의 올바른 현주소를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멕시코 멕시코 시 쿠아우테목 구(區) 비르히니아 하라미요(46·여·사진) 구청장은 3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나라인지 아는 중남미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 시는 전날 지상 7층, 지하 1층, 연면적 500여 평 규모의 시 건물을 멕시코 한인회에 무상으로 장기 임대했는데, 하라미요 구청장은 이 장기 임대 협정을 추진한 주인공. 그는 멕시코 제1야당인 민주혁명당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쿠아우테목 구는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비즈니스센터가 밀집해 있는 특수 행정구로 멕시코 정부가 외국계를 위해 정부 소유 건물을 무상 임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협정으로 마땅한 장소가 없어 두 달마다 사무실을 옮겨 다니다 결국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던 멕시코 한글학교는 새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체험관과 직업훈련학교까지 갖춘 문화센터로 거듭나게 됐다.

하라미요 구청장이 한국문화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한인 멕시코 이주 100주년을 기념해 쿠아우테목 구가 서울 서초구와 자매결연협정을 맺고 한국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라미요 구청장은 “처음에는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과 협약을 해봐야 과연 무슨 결실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다”며 “특히 멕시코에는 한국인을 개발도상국에서 온 가난한 국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 결심을 하기가 더욱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로봇 조립라인, 빼곡히 들어선 고층건물 숲, 깨끗하게 정비된 고궁과 청계천 등은 기존에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정반대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교육 열기와 영화 등 문화산업의 선진성이 매우 인상 깊었다는 것.

그는 “한국의 앞선 경제력과 첨단기술, 뛰어난 문화성을 우리도 배워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정부도 이런 취지에 동의한 것 같다”고 센터 임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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