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일大생 변신 탈레반대변인 논란 가열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입’이었던 사예드 라마툴라 하셰미 씨(왼쪽). 오른쪽은 예일대 학생으로 변신해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입’이었던 사예드 라마툴라 하셰미 씨(왼쪽). 오른쪽은 예일대 학생으로 변신해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탈레반의 입’에서 예일대 학생으로 변신한 사예드 라마툴라 하셰미(27) 씨가 최근 정식 학위과정에 지원하면서 그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한때 탈레반의 전사(戰士)로 탈레반 선전의 선봉에 섰던 그가 예일대에 들어가게 된 인생 유전은 올해 2월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소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 월스트리트저널, 보수 성향의 케이블TV, 9·11테러 희생자 가족 등을 중심으로 “미국 학생도 들어가기 어려운 예일대에서 적국 탈레반 출신을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예일대를 비판해 왔다.

여기에 그동안 청강생 자격이었던 그가 최근 정식 학위과정에 지원하면서 그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예일대 동문은 블로그를 통해 “예일대가 잔인하고, 여성차별적이며, 테러집단인 탈레반을 옹호하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예일대 전통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일대 일각에선 다른 의견도 제시된다. 일부 학생과 교수는 “하셰미 씨가 예일대에서 다양한 미국의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예일대 학생들도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하셰미 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셰미 씨의 지인들은 “하셰미 씨가 최근의 논란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상당히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셰미 씨가 만약 학위과정에 받아들여지면 그는 예일대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4세 때부터 파키스탄의 난민캠프에서 자란 그는 청소년 시절 국제구조위원회가 세운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1994년 탈레반에 가입한 그는 탈레반이 집권하자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2000년에 탈레반을 서방에 알리는 ‘외교관’ 겸 통역으로 임명됐다.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 다큐멘터리 작가의 지원을 통해 예일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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