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때문에 WTO 가입 비관적"=러시아 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는 최근 미국제 보잉 여객기를 수입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를 사기로 했다.
이 결정은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가로막는 미국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반발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WTO 연내 가입을 추진해 한국 등 149개국과 양자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이 지적재산권 보호와 농업보조금 폐지, 금융 분야 개방을 내걸며 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위성 국가였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베트남의 가입이 유력해지자 더 초조해졌다. 러시아 내에서는 미국의 조건을 굴욕적으로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WTO 가입을 포기하자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크렘린 날선 공방=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4일 옛 소련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해 러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체니 부통령은 "푸틴 대통령 정부에서 러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체니 부통령은 최근 러시아 가스공사인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 중단 위협을 한 것도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콥 부대변인은 "러시아는 주권국가며 체니 부통령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이웃국가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체니 부통령의 발언은 기존 미국의 정책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두둔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는 주변국에서의 미국의 합법적인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옛 소련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진출을 사실상 묵인하라는 요구여서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양국은 이란 핵문제 처리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불편한 관계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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