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B의 애매한 표현
양국의 금리 결정이 유난히 관심을 모았던 것은 최근 세계 경기의 움직임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기습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한 탓에 세계 경기가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동결’이 대세였던 한국에서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습적으로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콜금리를 동결했다. 결론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에서 한국의 금리는 관심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미국. FRB가 1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내용이다.
주요 관심사는 FRB가 앞으로 금리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 그동안 증시에서는 ‘앞으로 더 올린다’나 ‘더는 인상이 없다’ 같은 ‘화끈한’ 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FRB는 어찌 보면 ‘솔로몬의 지혜’에 가까운 애매한 답을 내놓았다. 잠깐 금리 인상을 멈출 수도 있지만 결국 경기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는 게 결론이다.
장 막판에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국내 증시는 이런 애매한 표현 때문에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미국 금리는 아직 증시에서 불확실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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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승 추세 꺾을 악재 사라졌다”
증권가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이번에는 분명한 결론을 내리겠지’라는 기대가 무산된 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장이 끝나기 직전에 주가지수는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FRB의 발표를 보면 최소한 금리 인상 의지가 과거보다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부담이 있지만 금리 인상의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금리 결정 이벤트가 다소 싱겁게 막을 내렸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을 뚜렷한 악재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양국의 금리 결정이 증시에 호재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해도 지금의 상승세가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미국 FRB가 경기 움직임을 주목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2, 3개월 동안 경제 동향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달러당 원화 환율과 유가가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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