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의 중국 상하이(上海) 3호점 인두(銀都)점의 천병기(40) 점장은 서둘러 오전회의를 마쳤다.
인근에 위치한 할인점 셔틀버스 정류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마이더(신세계 이마트의 중국 이름) 자러푸(까르푸) 마이더룽(메트로) 등 할인점 상호를 크게 써놓은 셔틀버스들이 정류장에 줄지어 서 있다. 이마이더보다 자러푸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천 점장의 마음이 다급해진다.
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자러푸 매장으로 향했다. 이날 자러푸 매장의 상품 구성과 가격대를 둘러봤다. 천 점장은 일부 제품의 이날 오후 판매가를 오전보다 낮추라고 지시했다.
“오전과 점심 직후, 퇴근 직전 등 하루 3번 인근 경쟁 할인점포를 둘러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상하이 점포장들의 요즘 하루 일과입니다.”
○인구기준 점포수 서울의 3배
“중국 할인점 점포장들은 전쟁을 치르는 병사와 같다.”
12일 상하이 이마트 싼린(三林)점 개장식에서 만난 상하이 이마트 법인 정민호 대표는 “중국에서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중국에서는 2004년 12월 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한 뒤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10개국, 25개 유통업체가 진출해 928개 점포를 운영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122개 할인점이 경쟁하고 있는 상하이는 최고의 격전지.
상하이에는 인구 9만 명당 할인점 1개(상하이 도심 인구 1100만 명 기준)가 있다.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서울(인구 25만 명당 1개꼴)보다 3배 이상 점포밀도가 높다.
그런데도 올해 말까지 상하이에만 할인점 10여 곳이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소비수준, 중국내 다른 도시의 3배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이 상하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구매력 때문이다.
중국 전역에 73개 점포를 둔 까르푸의 매출 상위 5개 매장은 모두 상하이에 있다.
이마트 인두점 천 점장은 “상하이는 다른 도시에 비해 소비 수준이 3배가량 높고 판매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중국 유통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라는 의미에서도 상하이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중국 소매 유통시장은 871조 원 규모.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치르고 나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하이 진출을 통해 세계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보려는 의도도 있다.
○성공의 관건은 현지화
상하이에 5개 점포를 낸 신세계 이마트는 상하이 진입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상하이 5호점 싼린점은 개장일(12일) 하루 동안 10만 명이 다녀갔고 2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에서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 할인점 방문객이 평균 7000∼8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성공이라는 것이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진출 초기에는 실패도 적지 않았다.
한국 1위 할인점이라는 자신감에서 판촉용 카탈로그를 신문 크기로 만들고 매장 상품 배치를 한국식으로 적용했다. 이마트 상하이 2호점인 루이훙(瑞虹)점은 한국식 마케팅 방식과 매장 배치로 2004년 6월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카탈로그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주간지처럼 만들고 매장도 깔끔한 인테리어 대신 상품이 풍성해 보이도록 진열하는 등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상하이=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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