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때리기’ 시작됐다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15일 발표했다. 동시에 옛 소련 연방 국가였던 벨로루시 정부 관계자 및 친(親)정부 인사들의 미국 입국도 금지했다. 리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한 지 불과 수 시간 뒤였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테러리즘 저지 노력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며 “제3국을 통한 미국산 무기와 기술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함과 동시에 베네수엘라를 ‘대테러 비협조 국가’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란, 쿠바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콜롬비아 2개 게릴라 단체에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을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또 “베네수엘라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와 소총 10만 정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스페인에서 20억 달러어치의 항공기와 순시선을 사기로 하는 등 무기 확보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가 발표된 직후 영국을 방문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리에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일단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이미 미국을 ‘운이 다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 ‘종이호랑이’ 등으로 비난했던 그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우리를 도와줄 용기 있는 훌륭한 친구들이 전 세계에 많다”면서 “미국에 석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여행 제한을 실시하는 식의 보복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다섯 번째 규모의 대미(對美) 석유 수출국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큰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단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는 베네수엘라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례로 베네수엘라 공군 전투기 277대 중 177대가 미국제. 미국이 부품 조달을 거부하면 이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때문에 차베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이 부품 공급을 중지하면 F-16과 같은 최신 기술이 들어간 전투기를 중국이나 쿠바에 팔겠다”고 위협한 적도 있다.

미국은 벨로루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령 실시 배경으로 벨로루시 정부의 인권 탄압과 3월 대선에서의 부정 행위 및 야당 탄압을 들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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