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권이 동맹을 바꾼다]本報-한국국방연구원 기획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불과 20년 전만 해도 중앙아시아의 주역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엔 카자흐스탄이 우뚝 서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밀어낸 자리에 우뚝 선 카자흐스탄은 유럽과 아시아 등거리 외교를 통해 빠른 속도로 국위를 신장하고 있다. 처음 알마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횡단보도와 택시가 없는 도시에 20층 이상의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이 공존하는 현상에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 에너지정보청의 자료에 따르면 서부 카스피 해 연안지역은 세계 8위와 15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와 가스전으로 그득하다. 거기에다 카자흐스탄 북부에는 우라늄 구리 등 밀도 높은 광물 분포 라인이 동서를 가로지르듯 길게 누워 있다.

김남원 한국광업진흥공사 사무소장은 “지난 3년간 300%나 치솟은 우라늄 가격 폭등세를 볼 때 카자흐스탄의 막대한 광물 매장량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힘의 근원은 국제 감각의 젊은 인재들이 주도하는 역동적인 개방정책에서 찾아진다.

독립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옛 소련의 쿠나예프 카자흐스탄공산당 서기장 시절 육성된 테크노크라트들이 국가 발전의 중추였다.

그러나 지금은 1990년대 중반 해외유학에서 돌아온 젊은 20, 30대 층이 주력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국가경제정책의 유연성이 뛰어나 외국 업체가 투자 의욕을 갖고 진출하기에 적합한 여건이 보장된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개발독재자로 분류되는 편이지만 국민은 그를 좋아한다. 가파른 경제지수 때문만은 아니다. 국외 자산 도피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외국계좌에 숨겨져 있던 10억 달러를 찾아오는 모범을 보였다.

국가정책의 수행 능력도 탁월하다. 대표적인 것이 신행정수도 아스타나의 건설이다. 원래 아스타나(Astana)의 지명은 아크몰라, 즉 ‘죽음의 늪’이었다. 1998년 5월 ‘죽음의 늪’을 새로운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대변환시킨 대목에 이르러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전략적 예지를 엿볼 수 있다.

북부 지역은 독립 직후 전통적으로 러시아계가 많이 살아온 영토. 러시아가 탐내는 것을 눈치 챈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재빨리 천도 결정을 공표했다. 그리곤 러시아에 대해서는 “알마티가 중국 국경에 지나치게 인접해 있어 친(親)중국화가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아스타나의 주요 건물들 중에는 카자흐스탄의 석유와 가스전에 눈독 들이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기부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저비용으로 행정수도를 건설한 그의 선견지명은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미국과 유럽은 카자흐스탄산(産) 석유를 유럽으로 빼내고 싶어 하지만 중국은 동쪽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아타수와 아라산커우를 잇는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국의 경쟁을 유도하기 쉽다.

그렇다고 순탄하지만은 않다.

현재는 주로 러시아 라인을 이용해 수출하는데 터키가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 선박 척수를 통제하고 있어 덜미가 잡혀 있는 형국이다. 카스피 해 석유 개발이 초래하는 환경파괴에 대해 비정부기구(NGO)의 반대도 심하다. 알짜배기 대형 유전의 지분은 대부분 외국 석유 메이저의 수중에 있다. 또한 카스피 해 분할 문제 역시 남은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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