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그의 의족에 굴복하다…산악인 잉글리스씨 인간승리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등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산악인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50m)에 올랐다.

뉴질랜드 출신의 마크 잉글리스(47·사진) 씨는 16일 새벽 두 다리 모두 의족을 한 채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16일 보도했다. 두 다리가 의족인 산악인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리스 씨는 등정을 마친 뒤 “지금 캠프4로 돌아왔다. 내가 해냈어. 해냈다고”라고 뉴질랜드에 있는 부인 앤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날 새벽 정상에서 450m 떨어진 캠프4를 출발해 정상 공략에 나섰다.

잉글리스 씨는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던 1982년 뉴질랜드 최고봉인 쿡에 오르다 심한 눈보라로 조난당한 뒤 동상을 입어 두 다리를 무릎 아래로 절단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평생의 꿈인 에베레스트 등정을 준비했다. 2004년에는 초오유(8201m)에 오르기도 했다.

잉글리스 씨는 40일 간의 고투 끝에 등정을 마쳤다. 탄소섬유로 된 의족의 한쪽이 6400m 지점에서 부러진 것을 빼고는 의족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부러진 의족은 준비해 간 장비로 현장에서 바로 수리했다.

그의 친구이자 이번 등정의 후원자인 매튜 페이드 씨는 “그는 평소에 ‘왜 안 되지?’라는 말보다 ‘어떻게 하면 되지?’라고 질문했다”며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1953년 에베레스트를 사상 처음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87) 경도 “인공 다리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니 분명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견해했다.

잉글리스 씨는 이번 등정으로 수억 달러를 모금해 캄보디아의 지뢰 피해 장애인과 소아마비 환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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