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 간의 역량 변화, 즉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가운데 큰 한 줄기는 전략적이고 군사적인 대비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함대 및 일본 중부와 괌 섬, 필리핀 남부를 잇는 ‘제2의 대(對)중국 봉쇄선’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대비를 차근차근 해 오고 있다.
군사 방면의 대비는 3가지가 더 있다.
먼저 미일 군사동맹을 점차 강화하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미국의 추동(推動) 아래 이뤄진다. 그러나 미국의 대일본 정책은 중국 일본의 정치적 대립과 마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한국과의 군사동맹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고도 이상한 것은 한미 군사동맹의 효과와 이익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시각과 압력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을 잘 대해 주려는 한국 정부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이다.
셋째, 대만과의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의 정치적 안정을 추구하면서 중국이 분단된 현 상황을 고착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또 하나의 큰 줄기는 하나의 복잡한 정책 복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때로는 적응하고, 때로는 협조하며, 때로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평화로운 경쟁을 하는 것들을 포함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최근 이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이익 상관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이 세계의 정치 및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미국의 중국 전략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과 미국이 새로운 체계적인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무역 보호를 위해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아시아에서 중국과 외교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여러 방면에서 중국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외교 경쟁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에 대한 미국의 특혜가 강화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4시간 동안 몽골을 방문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중요한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지역 외교관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외교 경쟁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
미국이 앞에서 언급한 양대 방향에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곤경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미국의 곤경은 2가지 상반된 정책의 모순에서 출발한다.
먼저 강제로 중국의 굴기를 억지하려고 하는 것은 힘이 부치고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유연하게 포용하는 것은 중국이 역량 및 영향력을 증대하도록 허용하는 것인 데다 미국의 뜻에 따라 중국을 개조하겠다는 당초 의도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 두 정책은 서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의 굴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미국으로선 앞으로 크고도 곤란한 문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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