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태양은 안후이에서 뜬다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내년 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기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안후이방(安徽幇)’이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동안 막강한 세력을 유지했던 장 주석 출신지인 상하이(上海) 출신 인사를 일컫는 ‘상하이방’이 최근 서서히 지고 안후이방이 신진 세력으로 뜨고 있다고 홍콩의 핑궈(빈果)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제3세대 지도부의 핵심 세력이었던 상하이방이 제4세대 지도부에서는 안후이방으로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궈중(謝國忠) 씨는 2004년 말 중국 안후이 성과 장시(江西) 성을 둘러본 뒤 지역경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내일의 태양은 안후이 및 장시 성에서 뜬다”고 말해 안후이방의 부상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안후이방의 1인자는 당연히 후 주석. 실은 원적만 안후이 성 지시(績溪) 현일 뿐 상하이에서 태어나 장쑤(江蘇) 성 타이저우(泰州)에서 주로 성장한 탓에 안후이와는 별 인연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1982년 제1차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共靑團) 대표회의에서 안후이 성 대표로 참가해 “저는 안후이 성 사람입니다. 고향은 지시 현입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할 정도로 안후이 성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장 전 주석과 같은 상하이방으로 분류되는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도 실은 후 주석과 같은 안후이 성의 페이둥(肥東) 출신이다.

차기 지도자로는 후 주석의 공청단 후배이기도 한 리커창(李克强·51) 랴오닝(遼寧) 성 당서기와 왕양(汪洋·51) 충칭(重慶) 시 당서기가 모두 안후이 성에서 출생했다.

리 서기는 안후이 성 딩위안(定遠), 왕 서기는 안후이 성 쑤저우(宿州) 출신으로 모두 내년도에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한 인물.

이 밖에도 왕민(王珉) 지린(吉林) 성 성장과 추보(儲波)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당서기도 안후이 성 출신이다.

이들은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이뤄질 내년 가을 중국공산당 제17기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혹시 불상사가 생길까봐 언론매체와의 접촉을 피하는 등 언행을 신중히 하고 있다.

안후이방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상하이방과는 달리 자제력이 강하고 신중한 편이다. 안후이 성 출신답게 소리 소문 없이 중국 정관계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안후이방이 떠오르는 것은 후 주석이 그간 후원 세력으로 삼았던 공청단파와 칭화방만으로는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지난해 3월 장 전 주석으로부터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까지 물려받았지만 정작 본향인 안후이 인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안후이 성을 방문한 적도 없었다.

중국의 한 관측통은 “상하이방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후원 인맥이 부족한 후 주석이 새 지원군을 찾기 위해 안후이방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 및 장쑤 성에 치여 별다른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했던 안후이 성이 최근 정부의 중부지역 육성 정책에 따라 경제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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