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이 새 외교정책 개념으로 제시한 것.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와 달리 타국을 위협이 아니라 설득과 호소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힘’이라고 정의된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 공세=중국 정부는 중국어학원이자 중국문화센터인 ‘공자학원’을 2004년 한국에 처음 설립한 이래 세계에 속속 세우고 있다. 현재 40여 곳이며 앞으로 100개 이상 세울 계획이다. 프랑스의 알리앙스프랑세즈, 독일의 괴테인스티튜트처럼 중국어를 통해 중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려는 전략이다.
이 밖에 중국 정부는 여러 국가와 다양한 문화·교육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현재 178개국 11만여 명이 중국에 유학 중이다.
나아가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고집하는 후진국을 공략하면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외교원칙과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로 불리는 경제발전 모델을 소프트 파워로 잘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정치적 자유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최대한 도입하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 자유시장과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의 최적 조건이라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의 대항 개념인 셈이다.
▽미국, “우리 뒷마당까지…”=미국 전문가들은 “많은 국가에 중국이 ‘미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내세우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에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
특히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집중 공세를 벌인 데 이어 최근 남미 국가에까지 손을 뻗치자 중국과 남미 국가 간에 반미(反美) 연대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줄리아 스웨이그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남미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했던 점 때문에 중국을 ‘신선한 공기’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의회조사국(CRS)도 일찍이 “중국은 장차 미국의 영향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 위력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등 19세기의 낡은 비전이 갖는 호소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CFR 연구원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양날의 칼이며 (다른 국가들의) 불만을 낳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美 화교보모 연봉이 1억원…중국어 학습 열풍에 몸값 치솟아▼
세계적으로 중국어 열풍이 불면서 중국어 선생이 ‘귀한 몸’이 되고 있다고 신화통신과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이 23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 교육부와 국가언어위원회가 발표한 ‘2005년 중국 언어생활 상황보고’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약 4000만 명이나 중국어 교사는 4만 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무려 1000 대 1.
또 5년 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현재의 2.5배인 1억 명으로 늘 것이라고 교육부는 예상했다. 학생과 교사의 적정 비율을 20 대 1로 보면 5년 내에 약 500만 명의 중국어 선생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미국 뉴욕에서는 중국어 열기로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할 줄 아는 화교 보모의 연봉이 10만 달러(약 9500만 원)까지 뛰었다고 런민일보 해외판이 미국의 화교신문 싱다오(星島)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2000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화교 보모의 연봉은 최근 2만 달러인 일반 보모의 5배 수준까지 인상된 것.
이 신문은 또 예전엔 유럽 출신 보모가 가장 인기 높았지만 이제는 화교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2005년 중국 언어생활 상황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신문 잡지 방송 및 인터넷 매체에 등장한 말을 조사한 결과 934개의 한자만 알면 전체 내용의 90%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81자를 알면 전체의 80%, 2315자를 알면 99%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매체에 사용된 한자는 총 8225자로 가장 많이 쓰인 한자는 ‘∼의’란 뜻을 가진 ‘더(的)’로 전체의 3.43%를 차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獨 “황화론은 과장됐다”
中 서방 위협할 폭발적 성장 어려워…경제발전하면 인권도 개선▼
‘황화론(黃禍論)은 더는 없다.’
독일 언론 매체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21일 중국 공식 방문을 계기로 서방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은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았다.
중국이 강화된 위상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서방이 도와줄 때 세계 질서는 더욱 안전해진다는 것이다.
주간지 포쿠스는 1974∼92년 자유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한 한스디트리히 겐셔 전 외교장관과의 특별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21세기는 다축화한 ‘지구촌의 세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동남아국가연합 등 국가연합체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민주적 세계 질서가 수립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또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1988년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났을 때 그가 ‘성장이 먼저 이뤄져야 인권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삶이 개선된다’고 말한 대목이 기억난다”며 경제발전과 정보화 진전에 따라 인권과 언론 자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겐셔 전 장관은 “중국의 경제 팽창은 서구로서도 과학과 연구에 투자하는 과감한 개혁의 필요성을 맞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지 디 벨트는 ‘중국에 대한 공포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일사불란한 국가가 아니라 불안하고 결함 많은 사회란 점을 부각시켰다. 수많은 내부 개혁의 필요 때문에 서방을 위협하는 수준의 폭발적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중국 주요 도시의 인건비는 경제성장률의 배에 달하는 15%나 뛰었고 목재와 운송 등 분야의 임금인상률은 20%를 넘었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도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개 도시 중 16개 도시의 대기와 수질 상태가 심각해 앞으로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할 것이라고 이 잡지는 예상했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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