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경과 뉴욕시 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뉴욕 지하철의 낙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낙서방법도 지하철 차량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것에서부터 염산으로 지하철 창에 자국을 내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청소하는 데에만 8시간 이상이 걸려 '메이저급'으로 분류되는 낙서는 2004년 52건에서 지난해에는 101건으로 2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메이저급' 낙서를 지우는데 들어간 비용도 2004년 8만7798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8만7811달러로 크게 늘었다.
경찰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0명의 낙서범을 체포했던 경찰은 올해 들어 벌써 122명의 낙서범을 체포했다. 그런데도 지하철 낙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뉴욕시 교통공사는 결국 22일 지하철 객차 안에 첨단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지하철역 구내에 테러 대비용으로 설치돼있는 감시카메라와는 다른 것이다. 아예 객차 안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낙서범의 '낙서 의지'를 꺾겠다는 것.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뉴요커들은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객차안에 CCTV를 설치하면 낙서범은 물론 객차안의 범죄도 예방하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낙서의 표적이 되는 기존의 지하철 창문을 낙서가 잘 먹히지 않는 첨단 유리로 교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창문 교체비용은 2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또 낙서범을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500달러의 포상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낙서와의 전쟁이 성공할지 점치기는 어렵다. 악명이 높은 일부 낙서범들은 고난도 낙서에 성공한 뒤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전과'를 자랑할 정도로 낙서중독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낙서 예술가'를 자처하는 낙서범들은 뉴욕시의 단속에 맞서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밤에 두건을 쓰고 낙서를 하면 객차안의 CCTV 감시를 피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을 정도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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