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졸릭 부장관은 국무부 3인자인 닉 번스 차관이 이란 이라크 북한 문제를 주도하는 반면 자신은 수단 평화협상이나 중국 견제정책을 맡아야 하는 상황을 불편해했다”고 썼다. 국무부는 이에 대해 “졸릭 부장관은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졸릭 부장관이 금융시장으로 복귀하면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벌컨 12인방’ 가운데 현직에 남는 인사는 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200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형성된 ‘벌컨 동맹’이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는 의미일 수 있다. 벌컨(Vulcan)이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불(火)과 대장장이의 신. 벌컨 그룹의 실무좌장격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고향인 앨라배마 주의 철강도시 버밍햄에 있는 동상에서 따온 표현이다.
외교전문기자 제임스 만 씨가 저서 ‘벌컨의 등장’에서 핵심 6인방으로 지목한 사람 가운데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국무장관은 현직을 지키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야인으로 돌아갔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세계은행 총재로 옮겼다.
파월 전 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면 ‘벌컨’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된다. 국익을 위한 현실적 타협을 거부한 채 “옳은 것은 한 가지뿐”이라며 이상주의를 신봉하는 이념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시 2기 행정부는 벌컨 동맹이 해체 조짐을 보이면서 실무적인 현실주의자(네오리얼리스트)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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