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29일 욕야카르타 주 3400명, 센트럴자바 주 1600명 등 최소 50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도 5000명을 넘어섰고 건물과 가옥 3만5000여 채가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민은 20여만 명에 이른다.
29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김상술(49) 홍보관은 “욕야카르타 재난조정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5135명이 사망했으며 가옥 4만5289채가 파괴돼 재산피해가 3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구조 활동과 시신 발굴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집계 수치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비상사태 선포=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28일 밤 각료회의를 마친 뒤 “피해 주민들에게 음식과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8월까지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또 500억 루피아(약 50억 원)를 긴급 구호금으로 배정했다.
칼라 부통령은 이와 함께 “복구비용으로 최소 1억 달러(약 950억 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각국 주재 대사들에게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라고 지시했다.
한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피해복구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6월 초로 예정된 남북한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고통의 현장=세계 각국의 구호품과 의료지원단이 피해 지역에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부상자와 이재민들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가옥이 파괴된 이재민들은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지진으로 끊긴 전력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데다 식료품점, 슈퍼마켓 등이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특히 욕야카르타 주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반툴 지역은 성한 가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복구에는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난이 계속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월 화교를 상대로 일어났던 폭동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에는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만에 많은 비가 내려 구조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해발 2911m의 므라피 화산이 15일부터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내뿜은 증기 때문에 때 아닌 비가 뿌린 것이다.
반툴 인근 월로사반 병원에는 부상자 1000여 명이 몰렸으나 외과의사는 단 1명에 불과하다. 도로에는 ‘도와주세요’란 글씨가 적힌 모금함을 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가로 막고 구걸하는 어린이들이 넘쳐났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한국 구호기구-종교계 지원 줄이어…정부는 10만달러
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이날 3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하고 의료진 3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 종교계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를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신교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의료팀 4명과 구호팀 4명을 29일 현지로 급파했다. 이들은 재난 구호금 4만 달러와 5000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갖고 갔다. ‘굿네이버스’도 이날 오후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포함된 긴급구호 선발진 6명을 파견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이날 가톨릭 국제구호기구인 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통해 긴급 구호금 5만 달러를 지원했다. 불교 조계종 정토회의 국제구호단체인 JTS는 본격적인 구호단 파견에 앞서 피해 현장 조사요원으로 구호활동가 2명을 파견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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