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프랑스에 이어 네덜란드가 유럽헌법을 거부함으로써 ‘유럽 합중국’의 꿈은 기약 없이 멀어졌다. 지난 1년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헌법 부활 가능성을 포함해 유럽 통합에 다시 힘을 실어줄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소득이 없었다.
미래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27일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성찰과 숙고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유럽헌법을 포기하는 대신 새 조약을 만들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
내년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6월 네덜란드 총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논의도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회원국들은 대신 1년 동안 각자 내부 단속에 집중하기로 했다. 불법 이민, 실업 등 당면과제에 적극 대처하면서 유럽 통합에 대한 일반인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하지만 1년간 더 노력한다고 사람들의 정서가 변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프랑스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지난해 유럽헌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람 가운데 10%가 재투표 시 반대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대한 사람 중 찬성으로 생각을 바꾼 사람은 1%에 그쳤다. 지난해 소요 사태와 올해 노동법 사태를 겪으면서 이민자 문제, 실업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더욱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점점 안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이런 현실을 거론하며 “헌법이든 조약이든 2009년쯤 돼서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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