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밝힌 ‘조건부 협상제안’은 이란이 제안을 거부하면 강경 대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전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활동 일시 중단이 확인되면…’이라는 조건에 대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우라늄 농축)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의 진심은 1일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참가한 6자 회의 결과가 나온 뒤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 선회=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허가를 얻어 나온 이날 제안은 대(對)이란 정책의 근본적 선회를 뜻한다. 그간 미국, 특히 부시 행정부의 이란 정책은 “미국은 악(evil)과 협상하지 않는다. 제압할 뿐이다”란 말로 잘 표현된다. 하지만 이란핵 문제가 점점 위급해져 가면서 부시 행정부의 국내외 정치적 자산이 소진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권도 인정했다.
‘기름을 깔고 앉아 있는 이란이 발전용 핵개발이란 무슨 말이냐. 핵무기 개발의 위장수단일 뿐이다. 내쫓은 국제사찰기구 직원을 불러들이는 게 순서’라는 것이 미국의 기존 입장이었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제재를 통한 압박에 무게를 둬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9일 “부시 행정부가 이란 지도부의 해외자산 상황, 정부계좌의 해외금융 방식에 대해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일본이 참가하는 경제제재도 검토됐지만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이 큰 이탈리아와 일본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러시아의 합류=미국은 그동안 이란 핵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추진해 왔다. 안보리 결의안은 경제제재는 물론 합법적 군사행동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는 상정을 반대했다.
이번 제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 제안마저 이란이 거부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강경 대응에 따르겠다’고 합의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시 대통령이 양국 정상으로부터 직접 동의를 받아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란은 버팀목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변화로 미국 제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 라이스 장관은 회견에서 “일종의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