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에 대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사진) 옛 소련 대통령의 한마디 말이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말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올해 2월 28일 75세 생일을 앞두고 취재차 방문한 ‘환추(環球)인물’ 기자에게 털어놓은 것.
환추인물은 런민(人民)일보가 올해 3월 1일부터 한 달에 2번씩 발행하기 시작한 시사잡지. 환추인물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인터뷰해 놓고도 어찌된 영문인지 두 달이나 게재를 미루다 지난달 1일 발행한 5호에 뒤늦게 실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문화대혁명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을 정확하게 읽고 정상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놓았다”며 “덩은 걸출한 개혁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그가 창조한 경제개혁 경험은 세계 국가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덩을 극찬했다.
소련 해체와 같은 혼란스러운 사태를 가장 경계해 온 중국 정부는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 17주년을 앞두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줬다고 판단했는지 관영 언론들을 동원해 환추인물의 보도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효과는 엉뚱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전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누리꾼들의 격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누리꾼들은 “고르바초프가 민주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권력을 놓쳐서 후회하는 것 아니냐. 당신은 후회할지 몰라도 러시아 국민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르바초프는 권력을 잃었으니 손실이지만 국민은 민주제도 밑에서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뽑았으니 손실이 아니다”라고 썼다.
훈더부샹런(混得不像人·극도로 가난하거나 노예 같은 비참한 삶을 지칭)이라는 ID의 누리꾼은 “(고르바초프의 발언을 보도한 내용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며 보도 내용에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신화왕(新華網)과 런민왕(人民網) 등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중 70∼80%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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