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3월에도 주민 11명 사살”…英 BBC 화면 공개

  •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미군이 지난해 11월 19일 이라크 북서부 마을 하디타에서 무고한 주민 24명을 무참하게 살해한 ‘하디타 사건’뿐만 아니라 올해 3월에도 이라크 주민 11명을 학살했음을 시사하는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됐다.

영국 BBC는 2일 미군이 이라크 주민 11명을 고의적으로 살해했음을 뒷받침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며 방송과 웹 사이트를 통해 내용을 방영했다.

비디오에는 3월 1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00km쯤 떨어진 이샤키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이 담겨 있다.

당시 미군은 이 마을에서 교전 도중 총격을 받은 건물의 일부가 붕괴돼 알 카에다 연루 용의자 1명과 여자 2명, 어린이 1명 등 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라크 경찰은 건물이 무너지기 전 미군이 어린이 5명과 여성 4명을 포함해 11명의 주민을 건물 속으로 몰아넣은 뒤 고의로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가 방영한 비디오에는 사건 현장에 여러 명의 어른과 어린이들이 숨져 있는 모습이 나온다.

비디오 화면을 분석한 BBC 국제뉴스 편집자인 존 심슨 씨는 “사망자들은 총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심슨 씨는 “연합군 주둔에 반대하는 소수 수니파 강경론자들에게서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으며 사건 당시의 여러 가지 상황과 화면을 비교 검토한 결과 조작되지 않은 진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일 “미군들이 단지 의혹만으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 문제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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