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가 원한다면…부시 ‘이란과 대화’ 승인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미국이 최근 이란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대(對)이란 정책에 대대적인 전환을 꾀하게 된 데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스 장관은 두 달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동맹국의 분열 위기를 전하면서 평화적 대화의 필요성을 제안했으며 이것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정책변화 발표에 물꼬를 트게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분석했다.

4월 4일 오후.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집무실 뒤 식당에서 가벼운 점심을 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며칠 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외교장관들과 한 회의가 “엉망진창이었다”고 보고하면서 이란 핵문제에 함께 대처해야 할 동맹국들이 서로 분열될 위기에 있다는 냉혹한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부시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격노했다. 그렇지만 이것이 결국 대이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 오찬 이후 라이스 장관은 수정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8일 라이스 장관은 뉴욕으로 날아가 유럽 동맹국들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라이스 장관은 “이란과의 협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임하세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또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사전에 손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새 이란정책을 담은 성명서를 읽기 직전 전화를 걸어 내용이 정말 괜찮은지 다시 한번 물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그대로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