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지주 “땅 못내놔”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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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달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강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토지 재분배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에너지 국유화 때는 국민들의 내부 반발이 심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국내 지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엔 토지 혁명=모랄레스 대통령은 3일 볼리비아 지주들의 ‘거점’으로 불리는 동부 산타크루스 지역을 방문했다. 전날 발표한 토지 재분배 정책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코카 재배에 종사하던 원주민 출신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원주민을 향해 “빈민의 적들은 이번 토지 혁명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주가 정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며 무장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데 대한 대답인 셈이다.

전날 볼리비아 정부는 토지혁명의 첫 조치로 국가소유 토지 2만4800km²를 가난한 원주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는 앞으로 5년 동안 국토면적의 약 5분에 1에 해당하는 20만 km²의 토지를 재분배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반도 전체 면적에 가까운 땅이다.

문제는 재분배 대상으로 발표한 20만 km²에 개인 소유의 유휴 토지도 포함시키겠다는 대목이다. 토지 소유주들은 국가에 의한 토지 강탈이라고 규정하고 ‘자위 단체’를 결성해 강력히 맞서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엇갈린 이해관계=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산지대에 위치한 볼리비아는 농사지을 땅이 많지 않다. 경작이 가능한 땅은 국토(109만 km²)의 약 3%에 해당하는 3만5000km² 정도.

이 땅의 90%는 약 5만 호에 불과한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를 300만 명에 이르는 원주민들이 경작하고 있다.

정부가 국유지를 원주민들에게 나눠 준다 해도 대부분은 미개발로 남아 있는 안데스 산지 또는 분지뿐이다. 1955년부터 1969년까지 볼리비아에서는 이런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해 준 전례가 있었으나 개발이 여의치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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