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4일 “미국이 이란의 핵 연구시설을 공격하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올 것”이라며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국으로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에 위치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혁명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서거 17주년 기념식에서 “이란은 위협과 매수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목표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의 위협 때문에 이런 귀중한 자원들을 팔아치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6개국이 1일 합의한 일괄 타결안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 당국의 ‘에너지 무기화’ 발언이 서방을 상대로 한 으름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도 석유 수입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하메네이의 협박에 너무 큰 의미를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현재의 난국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우호적인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이란의 결단을 압박했다.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6일 테헤란을 방문해 서방 6개국의 협상안을 이란 관리들에게 전달하고 외교적 타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이란 핵 협상안에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것도 포함시켰다고 익명의 외교관들이 전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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