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언론에 엄청 신경 쓴다.’
‘백악관의 일일 TV 브리핑은 연기에 불과하다.’
2001년부터 5년간 백악관을 취재한 뉴욕타임스의 엘리자베스 버밀러(여) 기자가 4일 출입처를 바꾸면서 자기 신문에 털어놓은 뒷얘기다.
버밀러 기자에 따르면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개 부시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지만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성마르고 퉁명스러울 때가 있다. 기자뿐만 아니라 측근 등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TV 선거토론을 도와줬던 마크 매키넌 씨에게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대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매키넌 씨가 “내가 뭣 때문에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겠느냐”고 답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한번은 버밀러 기자가 백악관 로즈가든을 나서다가 길이 꺾어지는 곳에서 대통령과 마주쳤다. 깜짝 놀란 기자가 무심결에 “여기서 뭘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자 대통령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뭐 하는 거요.”
백악관은 언론에 민감하다. 조간신문과 아침 방송에 나온 뉴스는 오전 7시 반 고위 참모회의의 중요한 토픽이다. 오전 9시 부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리는 회의는 언론 대책을 최우선으로 다룬다.
로라 부시 여사가 버밀러 기자의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에 대해 길길이 날뛰자 스콧 매클렐런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일주일 내내 기자를 따라다니며 정정을 요구했다.
TV로 생중계되는 백악관 정례 브리핑은 연극이고, 따라서 취재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백악관의 비밀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화가 난 하원의원들, 믿을 만한 국무부 관리들,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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