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 ‘독일 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친구가 되어 세계를 맞이하자’는 구호 아래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인들은 과거의 죄과를 부끄럽다고 해서 외면하지 않고 반성의 뜻을 담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19년간의 준비 끝에 문을 연 독일 역사박물관은 8개 주제관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곳을 바이마르공화국과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에 할애했다.
원형 그대로 복원된 히틀러의 집무실이 일반인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사실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동부 전선에서의 ‘인종 청소’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전역의 유대인 박물관도 월드컵을 맞아 나치 제3제국 시대의 유대인 수난사를 다루는 특별전시에 들어갔다.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하나인 뉘른베르크는 1935년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던 ‘제국 전당대회장’을 새로 단장했다. 청소년들의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으로 방치돼 온 사열대와 조형물에는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부착됐다.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참회는 이미 독일인의 정체성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말로 과거사에 대한 대다수 독일인의 인식을 명확히 나타냈다.
독일에는 전범을 영웅시하는 야스쿠니신사와 같은 것은 없다.
제3제국 공군원수였던 헤르만 괴링, 나치당의 2인자였던 마르틴 보어만과 같은 1급 전범들은 눈에 띄지 않게 교회 가족묘에 묻혀 있을 뿐이다.
베를린=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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