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본보 의료 지원단 ‘지진악몽’ 印尼서 봉사활동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고려대의료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구성한 인도네시아 긴급의료지원단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에 설치한 진료캠프에 6일 지진 피해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긴급의료지원단의 친절한 진료와 온정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욕야카르타=박영대  기자
고려대의료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구성한 인도네시아 긴급의료지원단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에 설치한 진료캠프에 6일 지진 피해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긴급의료지원단의 친절한 진료와 온정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욕야카르타=박영대 기자
“트리마 카시(고맙습니다), 코리아.”

6일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반툴 지역의 아타크와 사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의료진이 진료 캠프를 차린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지진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욕야카르타의 주민들은 지진 발생 11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려대의료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구성한 인도네시아 긴급 의료지원단은 섭씨 35도가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넘쳐 나는 환자들=지난달 27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부상한 뮈라디(37)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벽돌에 깔리면서 생긴 지름 10cm 정도 크기의 무릎 상처는 덧나서 검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발목이 삐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단장인 윤도경(41)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장과 신승한(33)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전문의는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한 뒤 목발까지 마련해 줬다. 뮈라디 씨는 “이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진 당시 나무에 깔려 다쳤던 다리를 치료 받은 쓰미야시 조요(75·여) 씨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의사도 만나기 어려웠는데 먼 곳에서 온 의사들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오염된 식수를 마신 뒤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피부 질환과 감기를 호소하는 사람 등 이날 100여 명의 주민이 진찰을 받았다. 진료 준비 때문에 밤잠을 설친 데다 힘겨운 진료를 마친 지원단원들은 파김치가 됐지만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공황에 빠진 욕야카르타=지진 발생 11일째를 맞았지만 욕야카르타 주민들에게 악몽은 계속되고 있었다. 외상만큼 정신적 상처도 심각해 보였다. 반툴에서 지원단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땅이 가볍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주민들이 순식간에 땅에 바짝 엎드렸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3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고, 그 가운데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여진이 하루에 서너 차례씩 주민들을 위협한다.

욕야카르타에서 동북쪽으로 30km 떨어진 므라피 화산은 지진 이후 매일 용암과 화산재, 짙은 연기를 쏟아내고 있다. 지진을 경험한 욕야카르타 해피랜드병원의 장근원(54) 원장은 “며칠 전 불길을 피해 도망가는 꿈을 꿨을 정도로 불안하다”며 “여진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한다”고 전했다.

반툴 지역의 집은 한 채 건너 한 채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본격적인 복구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손으로 잔해를 걷어 내는 모습이 간혹 눈에 띌 뿐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는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 남자들까지 앙상한 몰골로 지나가는 차량에 구걸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욕야카르타=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