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대학]<20>美 유일 대학컨소시엄 ‘클레어몬트’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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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몬트 칼리지스’ 컨소시엄 7개 대학 중 하나인 퍼모나대 내 카네기 빌딩. 철강왕 카네기의 기부로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경제학 수업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퍼모나대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클레어몬트(캘리포니아 주)=이현두  기자
‘클레어몬트 칼리지스’ 컨소시엄 7개 대학 중 하나인 퍼모나대 내 카네기 빌딩. 철강왕 카네기의 기부로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경제학 수업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퍼모나대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클레어몬트(캘리포니아 주)=이현두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 도심에서 동쪽으로 56km 떨어진 인구 3만4000여 명의 작은 도시 클레어몬트는 ‘나무와 박사의 도시’로 불린다. 시내 공유지에만 2만35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전체 주민 중 1만여 명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를 미국 전역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한 것은 나무와 학위가 아닌 78만5000여 평의 땅에 함께 모여 있는 5개의 학부 대학과 2개의 대학원으로 이루어진 미국 유일의 ‘대학 컨소시엄’이다. ‘클레어몬트 칼리지스(The Claremont Colleges)’로 이름 지어진 이 컨소시엄의 가장 큰 특징은 7개 대학 모두 개별적으로 미국 내 대학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5개 학부 대학은 미국 내 215개 리버럴 아츠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06년 유에스뉴스 평가에서 퍼모나대 6위를 정점으로 클레어몬트 매케나대(10위), 하비머드대(18위), 스크립스대(27위), 피처대(53위) 등이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퍼모나대와 클레어몬트 매케나대는 정치학과 경제학 등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하비머드대는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 분야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3개 대학의 경우 미국 전역에서 우수한 성적의 고교생들이 몰려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SAT) 평균 성적이 1400점을 뛰어넘고 있다.

이들 대학이 개별적으로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엄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25년 이 컨소시엄을 고안하고 탄생시킨 제임스 블레이스델 당시 퍼모나대 학장의 말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하나의 크고 획일적인 종합대학 대신 도서관과 다른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분할된 대학들로 이루어진 교육시설 그룹을 갖는다면 종합대학의 편의를 확보하는 한편 소규모 대학이 갖는, 평가할 수 없는 개인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클레어몬트 칼리지스는 ‘학교가 작아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기가 힘들고,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리버럴 아츠 대학의 단점을 컨소시엄을 통해 극복했다.

학생들은 학점교류 차원의 형식적인 수강이 아니라 컨소시엄 내 모든 대학의 강의를 자유롭게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다. 이에 따라 클레어몬트 칼리지스의 학생들은 매년 웬만한 종합대학을 능가하는 2500여 개 과목을 대상으로 수강 신청을 하고 있다.

여자대학이 줄고 있는 최근 추세에도 불구하고 스크립스대가 여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것 역시 컨소시엄의 혜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졸업과 성적처리 등 학사관리는 학생들이 입학한 학교(홈스쿨이라고 부른다)에서 책임을 맡는다. 학생들은 또 도서관을 포함해 체육관 등 각종 운동시설과 과외활동 등도 대학 구분 없이 공유한다.

퍼모나대의 하널드 머드 도서관과 실리 머드 사이언스 도서관, 하비머드대의 노먼 스프라그 메모리얼 도서관, 스크립스대의 엘라 스트롱 데니선 도서관 등 3개 대학 4개 도서관을 합쳐 하나로 운영하고 있는 클레어몬트 칼리지스 도서관은 보유도서만 250만 권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사립대학 중 스탠퍼드대와 남캘리포니아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도서관 등 공유시설의 운영관리 등 종합적인 행정은 16개 부서 360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클레어몬트 대학 컨소시엄(CUC)’이라는 기구가 맡아서 한다. CUC의 매년 예산은 각 대학이 학생 수에 비례해서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한다.

그렇다고 컨소시엄이 각 대학들의 고민을 모두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컨소시엄 때문에 소규모 대학으로서 갖는 장점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각 학교는 학생과 교수의 비율이 10 대 1을 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과목당 평균 학생 수를 10여 명 선에서 묶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기 초 특정과목에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릴 경우 같은 내용의 또 다른 과목을 곧바로 신설해 수강 학생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 같은 소규모 수강생은 자연스럽게 토론식 수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퍼모나대 2학년인 클라라 오 씨는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지시만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모든 것을 토론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당황했으나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다 보니 교수와 학생 간의 장벽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퍼모나대 1학년인 클라우디아 몬텔론고 씨는 “화학과목이 쉽지 않았으나 교수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컨소시엄 운영의 비결에 대해 퍼모나대의 홍보담당자인 아트 로드리게스 씨는 “대학들이 담장이 없을 정도로 붙어 있는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클레어몬트 매케나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채진 교수도 “각 대학들이 수업과 시설을 공유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 씨는 클레어몬트 칼리지스의 미래와 관련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학이 앞으로 1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보았다.

클레어몬트(캘리포니아 주)=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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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정원제한 엄격, 과목당 수강생 10명선▼

클레어몬트 칼리지스의 구성 대학들이 소규모 대학의 장점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는지는 컨소시엄의 규약에도 잘 드러나 있다.

우선 컨소시엄의 목적을 규정해 놓은 규약 2조를 보면 ‘각 대학 내에 소규모 대학 고유의 개별화된 지도와 다른 교육적 장점들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 중에 하나로 돼 있다.

한술 더 떠 규약 5조는 이를 더욱 구체화해 각 학교의 규모를 상세히 정해 놓았다.

이를 보면 우선 ‘시설물과 활동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학교의 학생 수는 모든 구성 대학의 공통 관심사인 만큼 어느 대학도 등록 학생 수가 전체 클레어몬트 칼리지스 등록 학생 수의 35% 이상이 되면 안 된다’고 못 박고, 아예 각 대학 별로 구체적인 등록 학생 수의 제한선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대학의 최대 등록 학생 수는 퍼모나대 1800명,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1400명, 하비머드대 800명, 피처대 1000명, 스크립스대 1000명, 클레어몬트 대학원 1600명, 켁 응용생명과학 대학원 400명이다.

또 어느 대학이 이 학생 수의 제한선을 바꾸려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7개 대학의 이사회 의장과 7개 대학의 학장 등으로 이루어진 클레어몬트 칼리지스 감독위원회에 변경 신청을 한 뒤 위원회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클레어몬트(캘리포니아 주)=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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