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와 관영 언론들이 최근 개혁·개방을 전방위로 선전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을 정점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개혁·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균부론(均富論)’을 강조해 온 것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언론 신화(新華)통신은 4일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후 주석의 3개월 전 강화(講話)를 인터넷판 톱기사로 올린 데 이어 5일엔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이례적으로 장문의 논설을 통해 후 주석의 강화를 적극 옹호했다.
후 주석은 3월 6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상하이(上海) 대표단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개혁의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개혁에 대한 결심과 믿음을 좀 더 확고부동하게 굳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민일보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인 중쉬안리(鍾軒理)도 5일 2면 톱기사로 게재한 시론에서 “개혁·개방은 강대국으로 가는 길이요, 당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며 후 주석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는 최근 극도로 심화된 빈부격차와 주택, 의료, 교육 등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시장경제와 개혁·개방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부 개방지역을 돌며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하고 앞길을 제시한 ‘남순강화(南巡講話)’ 때처럼 후 주석이 개혁·개방과 관련해 3년째 계속되는 사상논쟁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30달러에서 지난해 1703달러로 28년 만에 7.5배가 늘었다. 하지만 주택, 교육, 의료 등 기초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 역시 개혁·개방 이전보다 많아진 데다 후 주석의 권위가 덩샤오핑에게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후 주석 시대의 사상논쟁▼
중국에서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촉발된 ‘제3차 사상논쟁’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 투쟁만이 아닌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직접 결부된 사상투쟁이라는 점이다.
이론 논쟁 성격이 강했던 1, 2차 사상논쟁과 다른 점이다.
후 체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3대 민생현안’으로 불리는 주택과 교육, 의료 문제다.
대도시 주택 가격은 매년 10∼30% 올라 대졸 회사원이 월급 3000위안(약 36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이상 모아도 사기 어렵다. 개혁·개방 이전 거의 무료였던 교육비도 천정부지로 올라 노동자나 농민은 평생 돈을 모아도 자녀 한 명을 대학 보내기가 어렵다. 베이징(北京)에서 대학 4년을 보내려면 4만 위안(약 480만 원)이 드는데 이는 노동자 농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의료비 역시 오를 대로 올라 일반 노동자나 농민은 위급한 병이 아니면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낸다.
개혁론자(또는 우파)들은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좌파 계열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은 개혁·개방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개혁·개방 관련 중국의 사상 논쟁 | |||
구분 | 시기 | 쟁점 | 결론 |
1차 | 1982∼84년 | 사회주의 개혁 방식 | 선부론(先富論)에 따른 개혁·개방 노선 견지. 경제활동에 이윤제도를 도입하는 사회주의 상품경제론 채택 |
2차 | 1989∼91년 | 시장경제 도입 여부 |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력 발전과 국력 강화, 인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 시장경제 전면 도입 결론 |
3차 | 2004년∼현재 |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 해결 방식 | 개혁·개방 원칙 고수하면서 해결하자는 쪽과 개혁·개방 자체를 비판하는 견해가 충돌. 일단 개혁론 우세. 결론 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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