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개혁-개방 토달지 말라”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개혁방향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와 관영 언론들이 최근 개혁·개방을 전방위로 선전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을 정점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개혁·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균부론(均富論)’을 강조해 온 것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언론 신화(新華)통신은 4일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후 주석의 3개월 전 강화(講話)를 인터넷판 톱기사로 올린 데 이어 5일엔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이례적으로 장문의 논설을 통해 후 주석의 강화를 적극 옹호했다.

후 주석은 3월 6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상하이(上海) 대표단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개혁의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개혁에 대한 결심과 믿음을 좀 더 확고부동하게 굳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민일보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인 중쉬안리(鍾軒理)도 5일 2면 톱기사로 게재한 시론에서 “개혁·개방은 강대국으로 가는 길이요, 당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며 후 주석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는 최근 극도로 심화된 빈부격차와 주택, 의료, 교육 등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시장경제와 개혁·개방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부 개방지역을 돌며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하고 앞길을 제시한 ‘남순강화(南巡講話)’ 때처럼 후 주석이 개혁·개방과 관련해 3년째 계속되는 사상논쟁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30달러에서 지난해 1703달러로 28년 만에 7.5배가 늘었다. 하지만 주택, 교육, 의료 등 기초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 역시 개혁·개방 이전보다 많아진 데다 후 주석의 권위가 덩샤오핑에게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후 주석 시대의 사상논쟁▼

중국에서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촉발된 ‘제3차 사상논쟁’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 투쟁만이 아닌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직접 결부된 사상투쟁이라는 점이다.

이론 논쟁 성격이 강했던 1, 2차 사상논쟁과 다른 점이다.

후 체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3대 민생현안’으로 불리는 주택과 교육, 의료 문제다.

대도시 주택 가격은 매년 10∼30% 올라 대졸 회사원이 월급 3000위안(약 36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이상 모아도 사기 어렵다. 개혁·개방 이전 거의 무료였던 교육비도 천정부지로 올라 노동자나 농민은 평생 돈을 모아도 자녀 한 명을 대학 보내기가 어렵다. 베이징(北京)에서 대학 4년을 보내려면 4만 위안(약 480만 원)이 드는데 이는 노동자 농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의료비 역시 오를 대로 올라 일반 노동자나 농민은 위급한 병이 아니면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낸다.

개혁론자(또는 우파)들은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좌파 계열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은 개혁·개방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개혁·개방 관련 중국의 사상 논쟁
구분시기쟁점결론
1차1982∼84년사회주의 개혁 방식선부론(先富論)에 따른 개혁·개방 노선 견지. 경제활동에 이윤제도를 도입하는 사회주의 상품경제론 채택
2차1989∼91년시장경제 도입 여부“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력 발전과 국력 강화, 인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 시장경제 전면 도입 결론
3차2004년∼현재빈부격차 등 사회문제 해결 방식개혁·개방 원칙 고수하면서 해결하자는 쪽과 개혁·개방 자체를 비판하는 견해가 충돌. 일단 개혁론 우세. 결론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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