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이란이 이런 선물 꾸러미를 받는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알리 라리자니 이란 협상대표는 6일 국영 TV에 출연해 “(미국과) 유럽의 인센티브 방안을 전달받았다”며 “조항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를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공동 제안한 협상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직후였다. 지금까지의 강경 일변도에서 선회해 외교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친 것.
그는 “미국이 주도한 방안에는 긍정적인 조치도 있지만 분명하게 해 둬야 할 모호함이 혼재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란의 이 같은 태도는 ‘핵 개발은 자주권의 문제’ ‘미국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겠다’ 등 핵 개발 의지를 강조했던 기존 반응과 맥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해석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신중한 태도 변화에 고무돼 있다”면서도 “이란은 우선 우라늄 핵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란에 제시된 ‘당근’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에서 사태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시설 사찰을 통해 핵 활동이 무기 개발이 아니라 발전용이란 점을 확신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몇 년간의 지루한 협상과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회담이 지체되면 이란이 중단했던 핵 활동을 재개해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란판(版) 7자회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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