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문서국이 6일 CIA의 비밀 해제를 계기로 공개한 2만7000쪽의 비밀문서에 이 같은 사실이 담겨 있었다고 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1958년 3월 19일자로 서독정보기관이 CIA에 보낸 문서에는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클레멘스란 이름으로 1952년부터 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 친위대(SS) 고위간부로 5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독가스실로 실어 나른 전범.
미국과 서독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은 냉전 와중에 소련에 맞서던 콘라트 아데나워 당시 서독 총리의 안보보좌관 한스 글로브케를 보호하기 위한 것. 글로브케는 히틀러 정권의 유대인담당 부처 간부로 있으면서 반유대인 법안 제정에 참여했는데 아이히만이 체포되면 이 사실이 폭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2년 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납치된 아이히만은 1962년 교수형을 당한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CIA가 나치 친위대 정보장교였던 하인츠 펠페를 서독 정보기관에 합류시켰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펠페는 나중에 대소련 작전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미국이 나치 전범들을 활용한 사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미국은 프랑스 리옹 게슈타포 제4분과 책임자로 있으면서 4000여 명을 학살해 ‘리옹의 도살자’라는 악명을 얻었던 클라우스 바르비를 전후 볼리비아로 도피시킨 뒤 정보원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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