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테러범 ‘이르하비007’ 잡아라”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04분


‘알 카에다의 AT&T(미국의 통신회사)’ ‘사이버 지하드(성전) 영웅’ ‘지하드 미디어의 흑기사’….

인터넷 ID ‘이르하비 007’에게 붙은 닉네임들이다. 아랍어로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이르하비는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의 선전선동 활동을 하는 이른바 ‘온라인 지하드’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인물.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 7월호는 이르하비가 2003년 지하드 웹사이트에 등장한 이래 이라크 내 알 카에다 테러조직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그룹과 연계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이르하비는 처음엔 자신의 인터넷주소(IP)를 노출하는 신참내기였으나 어느덧 온라인 추적 방지 및 해킹 기법을 알려주면서 폭발물 제작 및 저격 방법을 인터넷에 띄우기 시작했다. 이르하비는 미군 중위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로 다른 웹사이트에 로그인하거나 프랑스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직접 도메인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르하비가 서방 정보당국에 알려진 것은 2004년 4월 자르카위가 미국인의 목을 베어 처형하는 비디오 클립을 인터넷에 올리면서부터. 그와 동시에 이르하비는 자르카위 조직으로부터 ‘친애하는 형제여, 당신의 존재 자체가 기쁜 일’이라는 칭송을 듣게 된다.

자르카위는 누구보다 일찍이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한 인물. 별도로 온라인 공보비서(아부 마이사라)까지 뒀고 인터넷을 통한 조직원 모집과 훈련까지 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캠프를 잃은 뒤 인터넷을 테러조직의 핵심 지휘 통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최근 영국 경찰은 모로코계 20대 청년 유니스 출리를 자살공격 공모자로 붙잡았다. 인터넷에서 이르하비를 추적해 온 반(反)지하드 조직은 출리가 바로 이르하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혼자 이르하비로 활동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애틀랜틱은 “출리의 체포는 이르하비 스토리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르하비가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는 이미 가동 중이고 지하드 채팅 룸에선 “이르하비 007은 자유의 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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