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3시 반경 시신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을 이끄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였다.
이어 8일 오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그린 존(안전지대)’ 내 의회 청사에서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르카위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회견장에 참석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자들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상에 있던 이들도 덩달아 박수를 치며 세계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인물이 제거된 것을 자축했다.
그러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라크 알 카에다는 인터넷 성명을 통해 “자르카위가 순교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면서 지하드(성전·聖戰)를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작전 성공까지=미군의 공습작전은 2주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운 끝에 감행됐다.
말리키 총리는 8일 “자르카위의 사망은 이라크 보안군에 정보를 제공한 주민과 이라크 경찰, 다국적군이 협력한 결과”라고 말해 주민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 대변인 나세르 주데 씨는 “미국과 초기 정보교환이 이뤄졌고 이것이 이번 작전에 도움을 줬다”며 자신들이 자르카위의 추적과 폭살에 일조했음을 과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요르단의 한 관리는 “4월 25일 공개된 자르카위의 비디오 화면을 요르단이 분석해 녹화된 장소를 찾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요르단은 2002년 암만에서 미 외교관을 살해한 자르카위를 검거하기 위해 이라크에 비밀요원을 배치해 왔다. 또 자르카위의 측근인 지아드 칼리프 알 카르불리의 신병을 확보했다.
미군과 요르단 당국은 자르카위의 비디오를 근거로 카르불리와 3월 이라크에서 체포한 자르카위의 또 다른 측근 아부 아이만을 집궁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라크 정국=자르카위의 사망으로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선장을 잃은 배’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보복 테러 가능성도 크다.
싱가포르 방위전략연구소(IDSS)의 안보분석가 로한 구나라트나 씨는 “자르카위는 이라크에서 가장 활발한 테러리스트였으며 광범위한 해외 조직망을 갖고 있어 그의 죽음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자르카위의 사망은 이라크 새 정부와 미국에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달 20일 출범한 새 정부를 이끄는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전쟁 이후 저항세력의 테러로 심화된 치안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말리키 총리는 자르카위의 사망 소식 발표 직후 정파 간 이견으로 공석이었던 국방장관과 내무장관, 국가안보장관을 전격 지명했다. 군과 경찰을 지휘하는 총수를 임명해 치안을 확립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자르카위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투쟁은 위축되지 않고 이라크 치안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미군 공격을 간신히 피한 자르카위가 만일에 대비하고 후계체제를 구축해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 내 제2, 제3의 자르카위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미군도 “이집트 출신으로 1992년 이라크에 들어와 이라크 알 카에다 바그다드 지부 구축에 관여한 아부 알 마스리가 자르카위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의 이슬람 전문가 야세르 알 시리 씨는 “자르카위는 그동안 자신이 한 분파의 지도자에 불과하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면서 “지하드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의 추종자들이 보복을 감행해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알 카에다는 자르카위가 사망한 직후 한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 및 이라크 정부에 대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오사마 빈 라덴을 향해 “당신이 자르카위에게 제시한 노선을 이라크 알 카에다의 전사들이 계속 가겠다”며 조직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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