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변신…축구 혐오론자서 총리 취임후 열성팬으로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축구 총리로 과감하게 변신.’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의 최근 행보를 이같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재임 7개월은 한 여성 축구 혐오가가,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축구팬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

메르켈 총리가 축구를 싫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독일 신문은 “메르켈이 학창 시절 체육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체조와 수영, 달리기를 혐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 취임 이후 각종 행사에서 공을 마주할 때도 메르켈 총리는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어떻게 해야만 하나’ 하는 표정으로 멀찌감치 잡고 만지작거리기만 했다는 것.

그런 메르켈 총리가 변화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5월 16일 독일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던 날 그는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총리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는 갑자기 비서진과 측근들을 모아 ‘스탠딩 회의’를 열었다. “오동코어(다비트 오동코어·독일팀 미드필더)는 누구죠. 이 선수는 왜 뽑힌 거죠” 등 질문을 쏟아내며 선수들의 특징 익히기에 분주했다. 회담에서 축구대표팀 명단이 화제에 오르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

4월 30일 바이에른 뮌헨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분데스리가 결승전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는 관중으로서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한쪽 편을 들지는 않았지만 명장면이 나올 때마다 주먹을 흔들면서 ‘경기가 신난다’는 몸짓언어를 반복했다.

슈테른은 특히 메르켈 총리의 이런 변신이 동유럽권을 겨냥한 외교정책과 관련돼 있다고 해석했다. 폴란드 체코 등으로 독일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축구에 열광하는 이들 나라 정상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뮌헨=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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