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이 울렸다…개막식 120개국 북의 향연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개회식 2시간 전인 9일 오후 2시(한국 시간 9일 오후 9시)부터 2만여 관중이 모여들어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불렀다.

경기장 광장 너머 기차역과 도로까지 1km 이상 늘어선 인파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다 일제히 쏟아져 들어와 6만6000여 객석을 가득 채웠다. 2006 독일 월드컵 개회식과 독일-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이 열린 9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

오후 4시 30분 어린이 합창단의 고요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깃털 장식과 짧은 가죽바지를 입은 청년들이 독일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들과 멋진 춤을 추었다. 운동장에서는 환영의 메시지를 담은 거대한 깃발이 펼쳐졌다.

독일 전통 민속춤과 음악이 끝나자 갑자기 빠른 힙합 음악이 퍼졌다. 독일의 과거 모습을 재현한 뒤에 이어 현대 독일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어 한국의 장구를 비롯한 세계 120개국의 각종 북을 든 연주자들이 거대한 북의 향연을 벌였다.

이 속에서 독일의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와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국제축구연맹(FIFA) 트로피를 들고 운동장으로 입장했다. 펠레, 보비 찰턴(잉글랜드) 등 월드컵을 빛낸 스타 17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별들의 집합’을 이루자 그라운드는 절정을 향해 달아올랐다.

축제에 이어 프란츠 베켄바우어 월드컵 조직위원장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쾰러 연방대통령의 개회사로 2006 독일 월드컵은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월드컵의 막이 오르자 그동안 비교적 차분하게 행사를 준비해 오던 독일인들도 월드컵과 뜨거운 사랑에 빠져 들었다.

뮌헨 관광 중심지인 옛 시청 앞 ‘마리아 광장’을 가득 메운 독일인과 관광객들은 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월드컵 개막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후 3시경부터 “도이칠란트”를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뮌헨 공식 팬페스트(응원 페스티벌) 장소인 뮌헨올림픽 주경기장 옆 ‘올림피아파크’ 수변무대도 오후 일찍부터 수만 명의 시민에게 점령됐다.

코스타리카 국기를 몸에 감싸고 ‘티코스’(코스타리카 팀 별명)를 연호하는 사람, 엉뚱하게 브라질 국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하고 “브라질”을 소리 높이 외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베를린의 팬페스트 장소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도 시민 수만 명이 집결했다. 중앙역 부근의 아이리시 펍은 “도이칠란트” “클린스만”을 외치는 축구와 맥주 애호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블라터 FIFA 회장은 “축구는 지구의 언어이며 인종과 사회를 잇는 가교”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뮌헨=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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