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 판은 10일 월드컵 축구경기가 올림픽보다 더 흥미 있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국력이 승부를 좌우 못해=월드컵이 흥미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 국가가 승부를 조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둥근 축구공'의 운명을 국가가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월드컵 성적은 국제사회의 서열과 는 거의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지만 축구를 조금만 알기만 해도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또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대표팀은 본선진출 조차 하지 못했다.
국제 사회의 강대국 순위와 상관없이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이 월드컵에서는 최강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또 경제 후진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이 급속한 경제 성장 바람을 탄 아시아를 제치고 신흥 축구 강국으로 부상했다.
1978년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축구팀이 군사정권의 지원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또 1930년대 강팀이었던 이탈리아 축구팀도 독재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특정국이 대표팀에 인적 물적 자원을 아무리 쏟아 붓더라도 당장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기는 불가능하다.
▽올림픽은 정치무대로 변질=올림픽은 국가의 지원에 의해 금메달 획득이 좌우되기 쉽다. 올림픽이 본의 아니게 강대국의 정치 무대로 자주 활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정치 목적에 이용된 대표적 사례. 히틀러는 베를린 올림픽을 열어 전 세계에 나치의 힘을 과시했다. 흑인인 미국의 제시 오웬스가 육상 4관왕을 차지해 나치의 인종주의에 '먹칠'을 했으나 독일은 어쨌거나 금메달 획득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냉전시대의 올림픽은 강대국이 국력을 과시하는 무대로 변했다. 냉전의 양대 축인 미국과 소련은 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역시 초강대국으로 치솟으려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대결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올림픽 메달을 휩쓴 동독의 육상, 루마니아의 체조, 중국의 수영 선수들은 국가 계획에 따라 육성됐다. 국가가 지원한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월드컵은 흥미 만점=월드컵은 국가가 개입해 승부를 만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계획대로 만들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과 창조성이 깃들어 있다.
올림픽처럼 선수들이 체력만 강하거나 달리기만 잘한다고 상대팀을 꺾기 힘들다. 둥근 공이 구르는 방향에 따라 이변도 속출한다.
1966년 월드컵에서는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는 아프리카의 변방이었던 세네갈이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를 격침시켰다.
손에 땀을 쥐고 월드컵을 지켜보는 것은 이변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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