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요커]“강아지 없이는 못살아”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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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단짝이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지난 11년은 어느 때보다도 제 삶에 활력이 넘친 시절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매일 토비가 보고 싶습니다.”

장례식에서 듣게 되는 추모사가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뉴욕 도그 매거진’의 ‘애완견 부고란’에 최근 실린 추모의 글이다.

아파트가 많은 맨해튼은 개 키우기가 만만치 않은 곳.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서도 뉴요커의 ‘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애완견의 패션에서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개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루는 ‘뉴욕 도그 매거진’은 개에 대한 뉴요커들의 열정을 보여 주는 사례.

전 세계 부자 들이 몰려 있는 맨해튼에서 애완견의 10% 정도로 추산되는 ‘부잣집 개’들은 사람 못지않은 호강을 누린다. 부잣집 개들은 100달러가 넘는 버버리 개 목도리를 하고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

한 번에 25달러가 넘는 발톱 손질을 정기적으로 받는 개가 맨해튼에는 수두룩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 건강관리 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맨해튼 견공의 운동을 도와주는 ‘도그 워커(dogwalker·주인을 대신해 개를 산책시켜 주는 사람)’ 수백 명이 맨해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격대는 다르지만 개를 30분 정도 산책시켜 주는 데 30달러 안팎을 받는다.

최근에는 애완견 전용 리무진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인이 없는 동안 애완견을 가축병원 등 필요한 곳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개 전용 안전벨트까지 갖춘 이 리무진 서비스는 짧은 거리는 30달러, 맨해튼에서 인근 뉴어크 공항까지는 200달러까지 받는다.

이는 일반 ‘사람 승객’보다 훨씬 비싼 요금이다. 이미 ‘1만 마리’의 견공이 이 서비스에 등록을 했다.

개 주인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있다. 1만5000명의 개 주인이 가입한 ‘개 주인 뉴욕 협의회’는 이제 뉴욕 시 선거마다 ‘개 전용 공원’ 등 애완견의 복지를 요구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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